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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탁금지법, 추석선물 판별 꿀팁

입력
2017.08.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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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찌감치 추석선물예약 이벤트로 명절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공직에 있는 지인은 청탁금지법 때문에 아예 명절 선물을 못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 설에 받은 선물은 받자니 직무관련성을 따지기 번거롭고, 혹여 나중에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꺼림칙해 모두 돌려보냈단다.

이렇게 명절 선물을 두고 공직자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사이 청탁금지법은 부지불식간에 ‘선물금지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엄청난 오해다. 청탁금지법이 단속과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라는 제정 취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선물을 금지하는 법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 뇌물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선물 관행은 공사(公私)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법 취지는 선물로 포장된 뇌물을 공직자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걷어내도록 하자는 데 있다. 그런데 청탁성 뇌물과 ‘끈끈한 정’으로 포장되는 선물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청탁금지법은 주거나 받을 수 있는 선물을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공직자인지’ ‘직무관계인지’ ‘직무관계의 관계성’ 3가지를 단계적으로 따져보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을 감별해 낼 수 있다.

스텝 1: 공직자를 판별하자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니라면 제한이 없다.” 친지, 친구 사이의 선물은 제한이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란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이 법은 ‘수수(받는)’ 행위, 곧 ‘공직자가 받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 법은 공직자의 받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지 민간을 규율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텝 2: 직무관련을 판별하자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00만원까지 선물을 줄 수 있다.” 직무관계의 핵심은 공직자가 영향력을 행사해서 선물 제공자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해주거나 사익을 챙겨줄 수 있는 관계인지를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직자와 선물 제공자 간에 소위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지를 보면 된다. 업무와는 연관되더라도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공직자의 결정이나 업무수행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경우는 직무관련이 없는 것이 된다. 공직자인 동료 상호간에 100만원까지 선물이 허용되는 이유다.

스텝 3: 직무관련일 경우 그 관계성을 판별하자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되더라도 5만원까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직무관계를 일상적인 용어로 공직자와 선물 제공자 간에 ‘갑을 관계’ 내지 ‘수직적 영향력 관계’로 바꾸어 표현했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 구체적 영향력 없이 일정한 업무상 관계의 끈만 연결된 상태가 있을 수 있다. 공공기관의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협회로부터 5만원짜리 지역특산품을 추석선물로 받았다고 가정하자. 협회가 공직자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지도·감독 등 관계가 아니라면 5만원 한도의 선물은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도·감독을 받는 관계라면 선물은 사교와 의례의 목적 범위를 넘어서 직접적 보답(대가)을 요구하는 고리로 여겨진다. 이 경우에만 5만원 이하의 선물도 제한된다.

다음 세대에 청렴함을 물려주면서도 명절의 따뜻한 정이 식지 않게 하려면 무조건 몸을 사릴 게 아니라 공직자 스스로 회색지대에 놓인 선물과 뇌물을 판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추석에는 청탁금지법의 직무관련성을 판단해 보는 한 차원 높은 윤리적 고민을 해보자.

곽형석 국민권익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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