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고용문제

입력
2016.12.13 14:47
0 0

고용에 관한 한 독일은 오늘날 모든 나라로부터 칭송을 받고 부러움을 산다. 거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동한다. 독일 기업들이 고용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그것이 시스템화되어 있는 것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고용과 관련한 노동시장 기본 제도는 한국도 독일과 유사하다. 다만 한국보다 독일 기업은 고용과 관련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려 한다. 특정 직업인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시스템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 대표적 예이다. 이른바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라고 불리는 이원적 직업훈련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독일에서 의무교육인 고등학교를 마친 젊은이들 혹은 직업학교의 고학년 청소년들은 아우스빌둥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이 평생 살아갈 수단인 생애 기초숙련을 쌓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공식적으로 약 350여 개 직업들(Berufe)이 아우스빌둥과 연계되어 있다. 훈련은 대개 3년 혹은 3년 반 동안 지속한다. 그중 절반은 공립직업학교에서, 절반은 기업체에서 훈련을 받기 때문에 이를 이원적(dual)이라고 칭한다.

훈련생들은 해당 업종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합의한 ‘훈련급여’를 받는데, 이는 한 달 평균 약 700~800 유로(한화 약 100만원 내외)다. 월세와 여타 물가를 생각하면 한 사람이 겨우 생활할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당장 좀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사기업이나 다른 직종들을 찾지 않고, 3년간 마치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버티듯 이 길을 간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에 대해 독일 사회는 평생 가치를 부여해 준다.

기업들도 자사에 취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이 과정을 마칠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이 체계에 참여해 훈련생들을 받고 교육시킨다. 해당 인력양성 후 적극적으로 자사로 취업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력에 선투자(pre-investment)한다는 측면도 있다. 미숙련자들이지만 그들을 생산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일정하게 경제적 도움을 얻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단기적인 인건비 절감을 포함한 당장 자사 이익을 위해 여기에 참여하는 효과와 의미는 상대적으로 낮다. 오히려 후속 산업기능인력을 양산해 내고, 그를 통해 해당 산업이 고숙련의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발전해 갈 것에 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른바 ‘나흐북스(Nachwuchs)’, 즉 후속세대의 양성은 독일의 산업계와 직업훈련기관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오늘날 독일의 청년실업률이 세계적으로 낮게 된 비밀에는 바로 이 아우스빌둥의 역할이 크며, 그 바탕에는 후속세대와 고용에 대한 사회책임적 마인드를 강하게 지닌 기업들의 참여가 존재한다.

얼마 전 우리는 ‘미르재단’과 관련된 국회 청문회에 재벌 총수들이 불려 나와 혼이 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른바 정경유착은 공적 기관 고위직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사익을 얻고, 그에 편승한 기업이 특혜를 누리는 식의,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엘리트 담합의 극치이다.

그렇게 돈을 빼앗긴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추구한다. 자연스럽게 양질의 고용기회 확대에 인색해지게 된다. 더 싼 인건비를 포함한 우호적인 투자처를 찾아 해외를 기웃거리게도 된다. 돈을 낸 대가로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노조를 손봐 줄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정경유착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되므로 그것은 반공익적이고 반사회적이다.

고용 대란의 시대다. 고용을 주제로 기업과 사회 모두가 윈-윈하는 새롭고 건설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책임적 마인드의 신장과 고양은 이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경련의 해체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많은 새로운 시스템들이 위기 때에 만들어졌음을 상기하면 지금이야말로 혁신할 적기일 수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