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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유별난 5만원권 사랑,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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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유별난 5만원권 사랑, 이유는?

입력
2017.10.25 2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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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ㆍ대림동 등 중국인밀집지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품귀’

두둑한 지갑 과시 특유 문화

환차익 노려 현금 들고 출국도

5만원권 지폐. 한국일보 자료사진
5만원권 지폐. 한국일보 자료사진

5년 전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한국으로 온 유모(48·경기 안산시)씨는 매달 20일이면 은행을 찾기 바쁘다. 이유는 하나. 월급 250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그것도 5만원권으로 인출하기 위해서다. 유씨는 “도둑맞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두둑한 현금뭉치를 보면 왠지 폼이 난다”라며 “특히 5만원권을 사용할 때면 그만큼 내가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1만원 지폐가 모이는 족족 단골 가게에서 5만원권으로 바꾸는 것도 취미다.

경기 시흥시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1만원짜리 지폐 한 뭉치를 내밀며 “전부 5만원권으로 바꿔달라”는 중국인 손님들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게에서 쓸 돈밖에 없다’고 난색을 표하면 ‘일부라도 바꿔달라’며 막무가내 떼 쓰는 사람도 상당하다”라며 “동네 상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실랑이”라는 게 박씨 얘기다.

중국인들의 한화 5만원권 사랑이 깊어가고 있다. ‘5만원권 실종 사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시중에 잘 풀리지 않는 5만원권을 중국인들이 쓸어 담는 모양새다. 이는 수치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24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848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중 5만원권이 가장 많이 출금된 곳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점(428억여원)이다. 이어 영등포구 대림동외환센터(404억여원) 안산 단원구 원곡동외국인센터(311억여원) 순이다. 대표적인 중국인 밀집지역인 이들 3곳에서 찾아간 5만원권이 전국 평균(64억여원)보다 5~6배나 많다.

집착에 가까운 5만원권 사랑엔 중국인 특유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원체 현금 거래를 많이 하는데다, 현금으로 두둑하게 채워진 지갑을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것이다. 한화 중엔 최고액권이다 보니 ‘과시’ 목적도 있다. 실제 대림동 등에선 5만원권을 이용한 고액 현금 거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림동 주민 손모(44)씨는 “얼마 전 집을 임대로 내놨는데 중국인 여성이 계약금 500만원을 전액 5만원권으로 건네 깜짝 놀랐다”고 했다. 1,000만원 정도는 현금 거래가 일반적이라는 게 이곳 사람들 얘기다.

귀국 직전 중국인들은 환전 및 송금 수수료 때문에 5만원권을 선호한다. 중국인 장모(45)씨는 “나중에 환율이 유리해졌을 때 교환하겠다고 5만원권을 들고 출국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액수에 비해 부피가 작아 책, 옷가지 등에 쉽게 숨길 수 있다는 장점을 꼽는 이들도 있다. 한 중국인은 “중국 내 일부 지역에서 한화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일부 환전소에서 5만원권을 시세보다 높게 쳐 주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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