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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탄 연구의 원동력은 분노"… 일본을 힐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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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탄 연구의 원동력은 분노"… 일본을 힐난한다

입력
2014.10.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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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LED 개발로 회사에 큰 기여, 돌아온 것은 쥐꼬리 보상금뿐"

“분노다. 그것이 (나에게)모든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UC샌타바버라의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교수는 7일 수상자 발표 직후 교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이렇게 마무리 했다. 과학자가, 그것도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연구의 원동력을 “분노”라고 표현한 것이 좀 느닷없다. 나카무라 교수가 반골 기질이 강한 연구자인데다 이 표현 역시 입버릇처럼 해온 걸 안다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만, 과연 그가 어떤 일에 분노해 노벨상이라는 결실까지 따낸 것인지 궁금해진다.

나카무라 교수는 기자회견 초반에 “연구를 시작했던 약 20년 전에 (노벨상을)생각했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일본 니치아화학공업)에 들어갔을 때는 적색 발광다이오드(LED)만 취급하고 있었고 매출 실적도 좋지 않았다. 회사 사람에게서는 적색 LED를 (연구)하라는 이야기만 들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매출이 오르지 않아 화가 났다.” 이번 수상은 기존의 적색과 녹색 이외에 LED 광원을 상업적으로 널리 활용하는데 불가결한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발명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가 7일 교내 기자회견에서 청색 LED 램프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샌타바버라=AP연합뉴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발명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가 7일 교내 기자회견에서 청색 LED 램프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샌타바버라=AP연합뉴스

나카무라 교수는 또 “일본의 연구자가 해외 특히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받았다.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821억달러에 이른다는 LED 시장의 물꼬를 터 회사에 엄청난 이득을 안기고도 “사원 발명품은 회사 소유”라는 일본 기업 풍토 때문에 고작 2만엔(20만원)의 보상금 밖에 받지 못하자 실망해 미국 행을 택한 연구자다. 국적까지 미국으로 바꿔버린 그를 은근히 꼬집는 말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카무라 교수는 “미국은 연구자에게 자유가 있다. 아메리칸드림을 좇을 기회가 있다. 일본에는 그런 기회가 없다. (일본에는)지금도 성별이나 연령, 건강상태 등에 따라 차별이 있다. 일본 회사에서는 발명을 했다고 해도 단지 보너스를 얼마 받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무언가를 발명하면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대답했다.

UC샌타바버라 교수직 제의를 받고 1999년 미국으로 건너 간 나카무라 교수는 거기서 니치아화학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법원은 그의 발명이 600억엔(6,0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화해를 권고했고 나카무라는 이를 받아들여 8억4,400만엔의 보상금을 받고 소송을 끝냈다. 이후 일본에서는 발명품의 소득을 회사와 개인이 어떻게 나눌지 따로 계약하는 미국을 참고해 특허법의 ‘직무발명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나아가 “일본에서는 뭔가를 발명해도 회사가 세계적인 시야를 갖고 있지 않다”며 “휴대폰 분야 등에서도 그렇듯이 시작은 좋아도 점점 뒤처져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그 반대로 다양한 인종이 있고 세계적인 규모의 시야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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