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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래 부담 줄일 고준위방폐물 처리 방안

입력
2016.09.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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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정부는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방식과 추진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ㆍ확정했다. 그 바탕을 이루는 기본 원칙은 국가 책임 아래 관리하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원전 설계, 건설 및 운영기술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해외 원자력기술에 철저하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요르단 연구로 수출,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 사업 수주 등의 사례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원자력 계는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라는 중대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이하 한미협정)으로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련 연구는 상당한 부분 연구개발의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재활용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이하 파이로 기술)의 전반부 전해환원공정(산화물을 금속화하는 공정)의 연구를 장기동의를 받아 진행하고 있고 우라늄과 독성이 높고 수명이 긴 초우라늄 원소(우라늄보다 무거운 넵투늄, 플루토늄, 아메리슘, 퀴륨 등)를 동시에 회수하는 후반부 전해공정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한미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파이로 기술은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핵보유국이 운영하는 사용후핵연료 습식재처리기술에 비해 물리적으로 핵무기 원료물질의 선별적 분리가 어렵거나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때문에 핵확산을 방지할 수 있고, 사용후핵연료를 줄여 처분면적과 관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잠재적 기술이다. 이에 대해 한미양국은 한미협정 협상과정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런 입장 차를 줄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한미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공동연구의 핵심은 파이로 기술의 기술적 타당성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지대한 핵비확산성을 검증하며, 다른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과 비교하여 경제성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다. 기술적 타당성과 핵비확산성은 파이로 기술의 핵심적 본질이므로 반드시 확보돼야만 한다. 이와는 달리, 경제성은 그 평가 기준과 항목 그리고 가중치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이는 각국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환경적 여건에 의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변수이지 상수는 아니다. 설령 당장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향후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환경적 특수요인 등을 고려하여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타국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실마리는 미래세대의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독성이 높고 긴 수명을 가진 초우라늄 원소들은 인류사적 시간대를 훌쩍 뛰어넘는 오랜 시간 동안 안전하게 관리돼야 하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고준위방사선폐기물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자력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수혜를 입은 현세대가 남긴 사용후핵연료로 인해 미래세대가 환경적인 부담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 인간과 자연에 해로운 고준위폐기물을 줄여 처분부담을 줄이고 과학기술적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관리 시간대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다. 국토 면적도 작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윤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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