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15 10:30
수정 : 2017.03.15 10:30

한라산 유일 너덜지대…남벽탐방로 개설 신중해야

강정효의 이미지 제주(31)

등록 : 2017.03.15 10:30
수정 : 2017.03.15 10:30

한라산 백록담 등반을 위한 남벽탐방로 재개설 문제로 논란이 많다.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1994년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한라산 남벽탐방로를 올해 복원공사를 거쳐 내년부터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남벽 등산로는 한라산에서 유일한 너덜지대이다.

밟으면 돌덩이가 쏟아져 내릴 위험도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올해 중으로 남벽탐방로 복원 공사를 추진, 현재 성판악탐방로로 집중되고 있는 한라산 정상 등반로를 내년부터 5개 코스로 분산시켜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행정당국은 탐방객이 분산되면 환경 훼손도 줄고, 한라산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지난달에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서귀포시 이・통장 역량강화워크숍에서 “절차나 예산이 잡히면 돈내코로 분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돈내코로 백록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시설 부분은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제주도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라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시작으로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보호지역이고, 백록담은 이러한 한라산의 상징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벽 탐방로는 1986년 5월부터 1994년 6월말까지 이용했던 등반 노선이다. 백록담 탐방로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서북벽 코스를 이용했으나 이곳의 훼손이 심각해지자 대체 노선으로 개발됐다. 1986년 남벽코스 개설 당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관리당국에서 강행, 훼손이 심해져 불과 8년 만에 폐쇄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훼손된 경사지를 복구 중인 남벽탐방로 정상 부근.

한라산 남벽은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 두자.

남벽 등반로를 복원해 다시 개설하겠다는 관리당국에게 실제로 현장에 가 봤는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현재의 남벽 등반로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한라산에서 유일한 너덜지대로 이뤄져 있다. 특히나 경사지역이기에 사람이 밟으면 돌덩이들이 쓸려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복원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현무암과 조면암이 만나는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남벽을 통과해 정상부 능선에 오른다 하더라도 이곳 또한 환경훼손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1980~90년대 등반객들이 몰리며 바닥의 토양층이 속살을 드러내 먼지가 날리던 곳으로, 한라산에서 장구목과 더불어 가장 먼저 복구공사를 벌이기까지 했던 곳이다. 바닥이 암반이 아닌 토양층이기에 사람이 밟으면 또다시 훼손될 것은 자명하다.

백록담의 지형지질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백록담은 동쪽으로는 현무암이 뒤덮고 있는 반면 북ㆍ서ㆍ남쪽은 조면암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등산객들이 오르는 성판악코스의 동릉은 현무암 암반으로 덮여 있기에 그나마 훼손이 덜한 반면 나머지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백록담의 지형지질과 훼손상태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탐방로 개설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현 상황을 유지하더라도 언젠가는 풍화작용에 의해 백록담의 북쪽이나 남쪽 사면이 무너져 원형의 백록담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 경우 훼손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 것이다.

실제로 예전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던 서북벽이나 남벽에 가보면 무너져 내린 암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조면암의 경우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떨어져나갈 정도로 풍화가 심각하다.

한라산 백록담은 그런 곳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온전한 모습으로 더 보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연은 현재세대의 것이 아닌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특히나 세계적인 보호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백록담 남벽 탐방로 재개방은 재고되어야 한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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