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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 들기는 아직 일러... 대한민국 새롭게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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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 들기는 아직 일러... 대한민국 새롭게 바꾸자”

입력
2016.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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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두 팔을 벌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두 팔을 벌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 시민들 “대통령 즉각 퇴진을”

정경유착 등 사회구조 개혁 주장

국정교과서 폐기 요구도 거세져

“오늘 집회서 열망을 보여줄 것”

2. 보수단체 “탄핵은 무효”

“헌재의 판단 남아있다” 선 그어

일부는 무효화 저항운동 예고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가결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환희에 머물지 않고, 각계각층은 정경유착 해소, 소수자 배려, 국정농단세력 처벌,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 등 저마다 새로운 시대를 꿈꿨다. 탄핵 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시민단체 ‘대통령 즉각 퇴진’vs ‘헌재 판단 기다려야’

9일 국회 앞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진보성향 단체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헌재의 탄핵 절차와 별개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장의 촛불이 이룬 위대한 성과이자 승리”라고 천명했다.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헌재는 국민의 뜻과 헌법정신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고 대통령은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매일 집회를 열고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지속할 계획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자영업자 정철재(44)씨는 “정의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했고, 회사원 강지우(36)씨는 “무너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운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원했다. 대학생 여선민(23)씨는 “의혹들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며 “이번 주에도 집회에 참석해 퇴진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성향 단체는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헌재의 판단이 남아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헌재의 심리가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적 선동이나 비합법적 수단으로 대통령의 거취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준영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새로운 리더인 황교안 총리가 잘 승계해 국가적 혼란이 없도록 정치와 국가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 일부 단체는 탄핵 무효화 운동을 예고했다. 정광용 박사모 중앙부회장은 “거짓과 조작, 왜곡과 선동으로 이뤄진 탄핵은 무효”라며 “10일 광화문에서 탄핵 무효 국민저항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계각층 “대한민국 바꾸자”

성과연봉제, 역사 국정교과서 등 갈등을 빚어온 각종 정부 정책을 이 참에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관련 단체와 시민들은 헌재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노동시장 개편 등을 두고 정부와 시시때때로 충돌했던 노동계는 ‘정경유착, 노동개악 등 본질적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박근혜 정권이 끝날 때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한국노총은 “국정농단의 본질이 재벌과 청와대의 정경유착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정경유착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는 즉각 퇴진 의사가 없고 공범인 황교안 권한대행도 죄의식 없이 국정농단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라며 “10일 집회에서 끝나지 않는 분노와 열망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교과서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어오던 교육계와 역사학계에선 대통령 탄핵 가결과 함께 국정교과서 폐기 요구가 거세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논평을 통해 “국정농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곧 교과서농단과 역사농단에 대한 심판이자 탄핵”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도 탄핵당한 만큼 교육부는 즉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이번 탄핵은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전면적 무효화”라며 “교육문제 전반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여성 대통령 시대였지만 오히려 여성주의적 가치는 실천이 안됐고 여성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무효화하고 다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내년 1월 말 박한철 헌재 소장 임기 만료 전에 탄핵안을 심판할 것을 요구했다. 변협은 가결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헌재 소장의 임명권자가 사실상 부재한 이상 신임 소장 임명 건으로 또 다른 정국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광장의 촛불민심으로 탄핵이 가결된 만큼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정치권과 각계각층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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