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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년고도 경주에 힘과 용기를

입력
2016.10.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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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는 황금 물결이 넘실거리고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 이 풍성한 가을에 천년고도 경주는 시름에 잠겨있다. 9ㆍ12 지진의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작지 않았지만, 경주만 유독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돼 지진피해보다 그에 따른 2차 이미지 피해가 훨씬 더 크다. 과장된 헛소문이 돌면서 경주로 올 수학여행단과 관광객은 줄줄이 예약을 취소해 지역 상인들이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2013년 세월호 침몰사고와 작년 메르스 사태의 충격에 위축될 대로 위축된 지역 관광업계는 이번 지진으로 거의 그로기 상태다. 위축된 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밝은 얼굴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주는 지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분하고 평화롭다. 단지 도시계획법상 미관지구 내에 있는 한옥 지붕이 진동에 약해 수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역사지구 내 절터, 조각, 탑, 궁터, 그리고 왕릉 등은 아름다운 자태를 여전히 뽐내고 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가 무려 2만여 명에 이르렀고, 그보다 앞선 1995년 한신대지진은 사망자가 6,400여명 발생했지만, 경주지진에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무너졌거나 불안전 진단을 받은 건물은 단 한 채도 없다. 지진규모도 강진이라기보다 중진으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지진은 한반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경주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실 이 정도 지진은 일본 같았으면 차분하게 대처했을 것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대만처럼 지진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며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하면 된다.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가 과도한 심리적 동요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상심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책이다. 정치인도 언론에 비치기 위해 노란 점퍼 입고 경주를 찾기보다, 지진대비정책을 고민하고 국민이 경주를 다시 찾도록 안심시켜주는 것이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뿌리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우리 조상의 혼이 담긴 뿌리도시가 상처받은 만큼, 이 가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왕이면 경주를 찾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역사도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경주에 온다면, 역사유적을 돌아보는 것과 더불어 두어 시간 남짓 걸리는 보문호수 둘레 길을 산책해 보길 권한다. 낮에도 좋지만 야경은 더 좋다. 낭만과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게다가 요즘 보문둘레 길에는 전국 서예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그들의 훌륭한 예술적 경지를 즐길 수 있다. 또 10월에는 경주의 대표적인 신라문화제가 열리고, 세계유산도시기구 아태지역총회와 마라톤 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10월은 고도경주를 다시 찾아 사랑하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궁, 월지, 대릉원 등 사적지는 무료입장 중이다. 90% 취소율에 달했던 호텔과 숙박업소, 그리고 주차장은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며 경주방문을 적극 손짓하고 있다. 그리고 경주는 역사유적 도시로만 알려졌지만 경주에는 동해가 있고 온천이 있어 동시에 체험과 휴양의 도시이기도 하다. 일상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기에 최적의 관광지이다.

외환위기 때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괴담으로 경주가 더 이상 2차 피해를 보아서는 곤란하다. 경주가 활력을 되찾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주면 좋겠다. 수확의 계절 10월, 그리스 로마신화 중 곡식과 수확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지혜로 온 국민이 경주를 풍요로운 도시로 다시 만들어주기를 기원한다.

임배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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