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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북올림픽의 정도(正道)

입력
2018.01.15 15:3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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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국기(國旗)의 기원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 개념의 국기는 11세기 십자군전쟁에서 찾는다. 이교도와 구별하기 위해 십자가를 공동문양으로 그려 자신들의 신념과 종교적 정체성을 과시했다. 많은 유럽 국가의 국기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것도 십자군전쟁의 영향이다. 하지만 상징물인 국기가 국가를 대표하게 된 것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다. 유럽 국기의 대부분은 이때의 삼색기를 차용해 수정, 고안됐다. 국가의 상징이 아닌 기념기로는 1920년 제7회 벨기에 앤트워프 올림픽 개막식에 처음 게양된 오륜기가 최초다.

▦ 올림픽은 국가대항전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승국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된다는 점에서 국가 간 경쟁의 성격이 짙다. 자국 국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회원자격이 정지된 국가의 국기 게양을 금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도핑스캔들로 평창올림픽 참가가 금지돼 개인자격으로 출전하게 된 러시아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국기와 국가는 금지했지만 팀 관계자와 팬, 취재진, 관광객 등에는 국기 등 러시아 엠블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기와 국가가 올림픽에 미치는 사기와 영향력을 배려한 때문일 것이다.

▦ 평창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자연히 남북을 상징하는 깃발로 쓰일 한반도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성사된 9번의 공동입장에서 한반도기가 사용됐지만, 한반도 모양에 대한 기준이 없어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독도 때문이다. 북한의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 깃발에는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경기 때도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들고 나와 비판을 샀다.

▦ 한반도기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입장 때 반드시 한반도기를 들어야 하느냐는 것과 단일팀 구성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무리다.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해도 우리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에 우선할 수는 없다. 궁여지책으로 엔트리 확대안이 거론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거니와 다른 국가와의 공정성 시비만 더할 뿐이다. 정도(正道)를 지키는 남북올림픽이 옳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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