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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LCD는 대기업이 포기한 틈새시장… 日편의점 6000곳 공략 기반 됐죠”

입력
2017.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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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쇼윈도에 동영상 상영

소형ㆍ주문 생산 많은 투명 LCD

두바이ㆍ홍콩 등 바이어 반응 좋아

日 전시에선 60억원대 계약 성공

내년부턴 日 편의점 냉장고 공급

국내 편의점에도 제품 확산 기대

“중소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분야

다양한 제품 찾아 수출 나설 것”

황득한 아이디티월드 대표가 동영상 광고가 상영되고 있는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투명 LCD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황 대표는 투명 LCD기술로 창업 4년만에 24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홍인기 기자.
황득한 아이디티월드 대표가 동영상 광고가 상영되고 있는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투명 LCD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황 대표는 투명 LCD기술로 창업 4년만에 24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홍인기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이디티월드 본사에는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음료수 냉장고가 여러 대 있다.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료수를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라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냉장고 안을 살피고 있는데, 냉장고 쇼윈도에서 갑자기 동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동영상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탄산음료 광고였다. 원래 물을 꺼내 마시려 했지만 시원함을 강조한 탄산음료 광고를 보고 마음을 바꿔 결국 탄산음료를 선택했다.

황득한(53) 아이디티월드 대표는 "동영상의 비밀은 투명 LCD(액정표시장치) 기술에 있다"며 "냉장고 쇼윈도는 유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유리가 아닌 투명 LCD”라고 설명했다. 아이디티월드는 이 투명 LCD로 창업한 지 4년 만에 24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 전자기기의 화면 소재로 사용되는 LCD와 아이디티월드의 투명 LCD 차이점은 말 그대로 투명도 차이다.

황 대표는 "LCD를 투명으로 만들어 유리처럼 안에 내용물을 확인하게 할 수 있다면 냉장고나 전시박스에 활용해 동영상 광고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현재 두바이 등에는 이 제품이 수출돼 대형 쇼핑몰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 LCD 기술은 아이디티의 독점적인 기술은 아니다. 삼성이나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투명 LCD의 높은 활용도를 보고 이 시장 참여를 검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비싼 제조 단가에 비해 투명 LCD를 소화할 대형 소비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황 대표는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소형ㆍ주문 생산이 많은 투명 LCD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려워 보였다"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노릴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수출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기업은 현재 시장 진입을 포기한 상태고, 아이디티의 투명 LCD를 찾는 수요는 소량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황 대표는 “투명 LCD를 들고 해외 박람회에 참석했더니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특히 쇼핑 문화가 발달한 두바이 일본, 홍콩 등지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도움으로 참가한 일본 신기술전자전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60억원 대 계약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아이디티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계약 성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주요 편의점 업체 중 한 곳이 투명 LCD 기술에 관심을 보여 현재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다. 황 대표는 “계약 성사 마무리 단계로 내년부터 투명 LCD가 일본 편의점 냉장고에 본격적으로 공급 될 전망”이라며 “2020년이면 일본 주요 편의점 6,000여 곳 냉장고 쇼윈도는 투명 LCD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일본 편의점 시장 공략 뒤 국내 편의점 업체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초기 설치비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동영상 광고 유치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 국내 편의점 업체들도 관심을 보일 거라는 게 황 대표 기대다.

그는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이 투명 LCD를 매장에 비치하면 국내 편의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편의점 매출과 수익 증대로 연결될 아이템이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이디티월드의 역사는 4년밖에 안 됐지만, 황 대표는 사실 지난 20여년 간 수출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무역 전문가다. 그는 1990년대 위성 TV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중국에는 문자 삐삐(비퍼)를 개발해 내다 팔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 그에 따른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황 대표는 “여러 번 사업 실패를 경험해 보니 남들이 안 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찾게 됐다”며 “투명 LCD 제품 이후에도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찾아내 계속 수출 시장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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