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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덕분에 태권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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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덕분에 태권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입력
2017.06.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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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국가대표 모흐르

우연히 만난 한국인 권유로 시작

타지크 여성 첫 국제대회 메달

26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칼리모바 모흐르.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26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칼리모바 모흐르.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태권도 한번 해 볼 생각 없나?” 우연히 들른 스포츠 용품점에서 만난 한국인의 말 한 마디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전북 무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타지키스탄의 메달 기대주로 꼽히는 칼리모바 모흐르(22)는 현재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 여대생’이다.

모흐르는 타지키스탄에서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던 2010년 타지키스탄 태권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전정휘 감독의 권유로 도복을 입었다. 당시 그의 키는 186㎝. 그로부터 4년 후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흐르는 여자 태권도 73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타지키스탄 여자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역사적인 성과였다. 국제대회에 출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거둔 성적이었다.

아시안게임 출전에 앞서 그해 9월 모흐르는 나사렛대 태권도학과에 입학했다. 전지훈련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들르던 곳이었는데 나사렛대 학과장의 추천으로 아예 유학생이 되기로 했다. 26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만난 모흐르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날 ‘아예 한국에서 지내면서 태권도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그 다음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고 떠올렸다. 처음엔 태권도보다 어려운 게 한국말이었다. 모흐르는 “1년 안에 한국어 2급 자격증을 따지 못하면 안 되는 기준이 있었다. 한국어 수업을 통해 배우고, 또 모자란 건 친구들이 하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면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불과 1년여 만에 체득한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놀라울 정도다.

훈련 왔다가 한국 대학 입학도

28일 무주세계대회서 메달 도전

한국말을 할 수 있게 되자 한국인 감독, 코치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해졌고, 실력도 승승장구했다. 201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위, 2017년 카자흐스탄오픈 2위 등 이제 타지키스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여자 태권도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유망주들은 더러 있지만 모흐르처럼 자국의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유학 생활을 병행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모흐르는 “대회 출전 이후 과제도 내야 해서 쉴 틈이 없었다. 또 한국만의 선^후배 문화를 처음엔 잘 알지 못해 당황한 적도 있었고, 대회에만 나가면 긴장이 많이 돼서 실력 발휘를 못한 적도 많았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 다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 사이 키도 7㎝가 더 자라 지금은 193㎝가 됐다. 모흐르는 “키는 더 이상 크지 않지만 체중도 늘지 않아 미들급으로 체급을 낮췄다”면서 “큰 키가 유리할 거라고들 하지만 상대적으로 스피드나 다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타지키스탄 대표팀 코치 자격으로 합류해 있는 한승용 나사렛대 감독은 “모흐르는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생활 태도가 좋아 운동도 성실하게 해 왔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권 진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발 공격(차기, 찍기)은 자신 있다”고 자신의 장기를 소개했다. 모흐르는 28일 여자 73kg급 이하급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모흐르의 꿈은 두 가지다. “국가대표로는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고, 한국에서는 대학원까지 진학해 보고 싶어요.”

무주=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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