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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부서진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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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부서진 사월

입력
2008.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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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이스마일 카다레의 문학론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것이 문학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했듯 인터넷 등 과학의 발전이 위대한 문학, 질이 높은 문학을 대체할 수 없다. 문학은 인류의 역사와 대응하지만 별개의, 비밀의 신비스러운 역사이다."

알바니아 출신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72)가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했을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세계의 가장 큰 결함은 문명이 발달하고 있는데 반해 인간의 정신성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인간 본성은 잔인한 원초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문학이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예술 장르가 갈수록 상업하는데 강한 회의를 드러내면서 카다레는 그렇게 말했다.

카다레가 생각난 것은 최근 번역된 다치바나 다카시(68)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뒤적이다가였다.

3만 5,000권이 넘는 책으로 꽉 찬 '고양이 빌딩'이란 서재로 유명한 다치바나는 이 책에서 "픽션은 시간 낭비라서 전혀 읽지 않는다"며, '진지한 책' 즉 논픽션에 대한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픽션에 사적인 리얼리티를 마구 섞어 만든 잡탕 같은 일본 문학의 어떤 범주 때문에 픽션의 세계를 버리고 논픽션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었다"고 부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책깨나 읽는다는 일 하나로 유명해진 그의 이런 픽션 일반에 대한 매도성 발언이, 자칫 카다레가 말한 '비밀의 신비스러운 역사'를 가진 '질 높은 문학'에 대한 일반 독자의 몰이해를 부추기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가 드는 것이었다. 1권의 위대한 픽션은 600권의 논픽션보다 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은 그런 비밀스러운 픽션의 하나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는 살 권리가 없다니! 오직 사람을 죽인 연휴에야, 그리하여 이번에는 그 자신이 죽음의 위협을 받을 때라야 그의 삶이 이어질 거라니!" 피의 복수, 피의 회수, 피의 세금 - 피의 법칙이 관습법으로 지배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신비한 픽션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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