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정공방 2라운드 이겨
법원 "처분 목적·방식 등 정당"
삼성 "환영" 엘리엇 "즉각 항고"
17일 주총 우호지분 확보 총력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정공방 2라운드에서도 삼성이 승리했다. 이로써 엘리엇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이제 양 측의 싸움은 1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승패가 갈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용대)는 7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은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삼성물산의 이번 자사주 매각 목적이 합병을 위한 것이지만 합병이 삼성물산과 전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 만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재판부는 자사주 매각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한 자금확보 목적도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경영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KCC의 자사주 취득가격인 주당 7만5,000원이 삼성물산 합병가액인 주당 5만5,000원보다 높아 KCC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는 엘리엇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KCC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총에서 자유롭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은 지난달 11일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899만주)를 우호 관계인 KCC에 매각하기로 하자 KCC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이 회사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이 처분 목적과 방식, 가격, 시기, 상대방 선정 등 모든 면에서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 바람에 지난 3일 의결권 자문업체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를 권고하며 가라앉았던 삼성물산 분위기도 반전됐다. 삼성물산은 재판부의 결정 직후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주주의 지지를 모아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엘리엇은 먼저 기각된 삼성물산 주총 소집ㆍ결의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항고한 데 이어 이날 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즉각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번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제 주총 본 게임을 앞두고 추가적인 우호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현재 삼성 계열사와 KCC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우호 지분은 모두 합치면 19.95%이다. 엘리엇은 7.12% 지분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26.68%에 이른다. 따라서 삼성이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지분 10.15%를 보유해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을 설득해야 한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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