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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줄어들자 제주가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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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줄어들자 제주가 꽁꽁

입력
2017.02.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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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후

중국인 투자자 대거 몰렸지만

2014년 후 큰 손들 발길 급감

관광객도 줄어 지역 경제 타격

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도 영향

“일관성 있는 투자 유지 전략을”

지난해 4월 제주신화역사공원내 R지구 콘도 430여가구를 대상으로 1차 분양이 이뤄졌다. 중국인 투자자를 겨냥한 분양이었지만 정작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내국인 투자자들만 붐벼 주객이 전도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콘도는 지난해말 기준 분양 물량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0여가구가 분양됐지만, 중국인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 지역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콘도 250여가구가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2013년 인근에 1차로 콘도 400여가구를 분양했을 때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6개월만에 모두 팔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주는 그야말로 중국 광풍이 휘몰아쳤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고, 주요 상점가는 중국어로 간판을 갈아 달았다. 알짜배기 땅과 건물은 내놓기가 무섭게 ‘중국인 큰 손’들에게 팔려 나가면서 ‘차이나머니 공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제주는 중국인 투자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면서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주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제주지역 땅과 건축물을 싹쓸이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2014년을 정점으로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도 감소하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 콘도미니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지역 땅과 건축물을 싹쓸이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2014년을 정점으로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도 감소하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 콘도미니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지역에 중국인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5억원 이상의 콘도미니엄 등 휴양 체류 시설을 매입한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국내 거주 비자를 발급해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지난해까지 제주도가 발급한 부동산투자이민제 거주 비자(F-2) 발급 건수는 1,466건이며, 분양금액 1조2,765억원에 달했다. 전체 비자 발급 건수 중 1,443건(98%)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부동산투자이민제 거주 비자 발급 건수는 2014년 556건을 정점으로 2015년 323건, 지난해 136건으로 대폭 줄었다.

제주지역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중국인 투자 규모도 2014년을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건축물 취득건수 및 면적은 544건ㆍ7만3,302㎡으로, 전년도 734건ㆍ9만6,652㎡와 비교해 면적기준으로 24% 감소했다. 외국인 건축물 취득 규모는 2014년부터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중국인의 건축물 취득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연도별 중국인 건축물 취득건수 및 면적을 보면 2013년 389건ㆍ5만9,268㎡에서 2014년 689건ㆍ10만581㎡로 크게 증가한 이후 2015년 563건ㆍ7만3,255㎡, 지난해 389건ㆍ5만95㎡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국인의 제주 토지 매입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중국인이 매입한 토지 면적 및 금액은 84만㎡ㆍ699억원으로, 전년도 61만㎡ㆍ1,481억원에 비해 금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 2014년 519만㎡ㆍ6,021억원과 비교하면 면적은 8.5배, 금액은 8.6배 차이가 났다.

제주지역 땅과 건축물을 싹쓸이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2014년을 정점으로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도 감소하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지역 땅과 건축물을 싹쓸이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2014년을 정점으로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도 감소하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인 투자가 시들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도내 외국인 부동산 투자, 특히 ‘차이나 머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었고, 이 때문에 제주도는 난개발 방지를 우려해 대규모 개발 사업을 엄격하게 심사했다. 또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을 관광단지 내로 제한하는 등 투자유치 정책을 전환하면서 중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내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한ㆍ중 관계가 악화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국부 유출 예방을 이유로 개인외환신고관리 절차를 변경해 해외 부동산 매입이 쉽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해외로 나가는 단체관광객의 20% 축소 지침을 내리면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다.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 39만3,479명을 기점으로 9월 27만6,431명, 10월 27만2,842명, 11월 18만4,371명, 12월 16만5,629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19만1,620명으로 다시 늘었지만, 체류 시간이 짧은 크루즈 관광객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제주경제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자들이 갑자기 줄어들면 관광산업을 비롯해 지역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일관성 있는 투자유치 정책으로 중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개별관광객 중심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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