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태석 기자

등록 : 2017.09.27 11:23
수정 : 2017.09.27 14:49

달라도 너무 다른 ‘빨간’ 손흥민과 ‘하얀’ 손흥민

국가대표에서는 '침묵', 소속 팀만 가면 '펄펄'

등록 : 2017.09.27 11:23
수정 : 2017.09.27 14:49

손흥민(오른쪽)이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국가대표 부동의 공격수 손흥민(25ㆍ토트넘)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도 불린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침묵하다가 소속 팀만 돌아가면 펄펄 나는 까닭이다. 그는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차범근(18골)을 넘어 한국인 유럽무대 단일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A매치에서는 지난 해 10월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년 가까이 득점이 없다. 국가대표 사령탑이 신태용(48) 감독으로 바뀌고 치른 이란ㆍ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때도 골이 없었다. 하지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지난 14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는 보란 듯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빨간’(국가대표 주 유니폼) 손흥민과 ‘하얀’(토트넘 주 유니폼) 손흥민의 극명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지난 1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득점한 뒤 포효하는 손흥민. 런던=AFP 연합뉴스

토트넘에는 수준급 동료들이 넘쳐난다. 덴마크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25)의 패스 능력은 세계 톱 클래스다. 지난 시즌 득점왕 해리 케인(24)이 상대 수비를 휘젓는 동안 손흥민이 기회를 포착하는 경우도 많다. 손흥민은 이들과 2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반면 대표팀에 손흥민에게 킬 패스를 찔러줄 만한 이는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 정도 밖에 없다.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시간도 고작 2~3일이고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임 감독 시절엔 경기마다 베스트11이 수시로 바뀌었다.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감독의 전술을 숙지하고 동료들의 움직임도 잘 알고 있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선수들의 변화가 너무 잦았다”고 지적했다.

팀 컬러도 다르다. 손흥민의 장기는 슈팅과 스피드다. 공간이 많을 때 특유의 스피드로 치고 들어간 뒤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수비를 허문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쏴대는 슈팅은 정평이 나 있다. 토트넘에서는 이런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하지만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실점하지 않으려는 ‘웅크린’ 상대와 싸운다. 손흥민도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정지된 상태에서 볼을 받을 때가 많고 밀집 수비라 공간도 부족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은 빠른 템포의 ‘패스 앤드 무브’ 축구를 펼친다. 손흥민의 장점인 스피드와 돌파를 활용하고 3자 패스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은 템포가 느린 ‘롱 볼’ 축구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토트넘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뭔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5일 유럽 원정 2연전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는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 감독.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차이를 감안해도 EPL에서 인정받는 공격수를 대표팀이 100% 활용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신 감독으로 선장이 바뀐 이란ㆍ우즈벡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 감독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하듯 대표팀에서 1골만 넣으면 영웅이 될 텐데 아쉽다”면서도 “손흥민이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ㆍ우즈벡전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만 초점을 맞춰 손흥민의 활용법을 연구할 상황이 아니었다. 앞으로 손흥민이 더 잘 하면서 신태용 축구에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유럽에서 있을 러시아(10월 7일ㆍ모스크바), 모로코(10월 10을ㆍ스위스)와 2연전이 시험 무대다.

손흥민도 대표팀에 올 때 조급함을 버릴 필요가 있다. 한준희 위원은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볼 소유 시간을 줄이고 동료들을 활용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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