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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ㆍ이천ㆍ여주 도자기는 먹거리 빚어내는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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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ㆍ이천ㆍ여주 도자기는 먹거리 빚어내는 ‘블루오션’

입력
2017.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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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물과 불이 빚어낸 생명의 형상’,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최초의 화합물’. ‘인류 최초의 저장수단’. 바로 도자기다. 인류의 원초적 생존본능에서 탄생한 도자기는 수천 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도구다.

특히 도자문화의 본고장 경기 광주ㆍ여주ㆍ이천에선 도자기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제2,3의 먹거리를 빚어내는 ‘블루오션’ 이다. 도자를 주제로 축제와 전시ㆍ박람회가 열려, 사람을 모으고 수익을 창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레시연 선보이는 도예작가. 한국도자재단 제공
물레시연 선보이는 도예작가. 한국도자재단 제공

도자문화의 본고장 광주ㆍ여주ㆍ이천

도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옥한 흙과 맑은 물, 좋은 소나무를 갖춘 이천 일대는 기원전 6,000~5,000년 경부터 토기가 제작되었을 정도로 도자 제작의 역사가 깊다.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천의 특산물로 도자기가 왕에게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이천은 2010년 7월 국내 최초로 공예 및 민속예술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도자기의 문화적 자산과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광주는 조선시대 임금님이 사용하는 어기(御器)와 관용 자기를 생산하던 관요(官窯)가 있어 ‘왕실도자’의 중심지로 꼽힌다. 세종임금 때부터 가장 정교한 백자생산지로 이름을 알렸던 탓에 백자 유적이 다량 출토되곤 한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가마터는 185개에 달했지만, 현재까지 발굴된 곳은 도마리, 번천리, 우산리, 선동리 등 4개의 가마다. 선동리 가마에서 나온 철화백자 용문항아리는 1994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40만 달러(당시 99억 원상당)에 낙찰되기도 했다.

여주는 생활도자의 유통기지였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 ‘도기소(陶器所) 하나가 여주 관청의 북쪽 관산(串山)에 있다’라고 기록되어있을 만큼, 여주는 도자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여주의 생활도자 생산량은 전국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경기도가 2015년 실시한 도자센서스 결과에서도 광주ㆍ여주ㆍ이천이 도자산업의 중심지임이 드러난다. 18일 이 결과에 따르면 3개 지역 요장(도예업체) 수는 모두 676곳으로 전국(1,614곳)의 무려 42%에 달했다. 도예업체 종사자수도 여주 970명, 이천 651명, 광주 112명 등 총 1,733명으로 전국 종사자의 43%나 됐다.

경기세계비엔날레 현황
경기세계비엔날레 현황

관광과 경제를 하나로 엮어내는 ‘도자’

이런 유서 깊은 도자문화의 뿌리는 3개 지자체 관광산업에 활력이 되고 있다. 광주ㆍ여주ㆍ이천은 20여년 전부터 매해 4,5월이면 축제를 열어 기품 있는 도자세상으로 초대한다. 도자기 깨기 등 이색체험과 인기가수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로 수십 만 인파를 불러모아 도자 전시ㆍ판매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축제를 통해 3개 지자체 도예업체가 벌어들인 수익만 6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도 역시 광주ㆍ여주ㆍ이천을 현대 도자예술의 메카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로, 2001년부터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비엔날레는 격년제로 열리는데 올해를 포함, 최근 3차례 행사에 참여한 나라만 200개국에 이른다. 다녀간 관람객은 2013년 50만 명, 2015년 90만 명, 올해 100만 명 등 240만 명이나 됐다.

이벤트 성과는 경제 수치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광주ㆍ여주ㆍ이천지역 요장업체가 2015년 올린 매출액은 909억 원으로, 전국 2,194억 원의 41%를 차지한다. 이는 6년여 전인 2009년 615억 원과 비교해 48%나 증가한 것이었다.

이천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이 5,000만원 이상인 도예 작가가 98명이며, 이중 1억 원이 넘는 작가가 31명, 5억원 이상도 6명이나 됐다. 이천시 관계자는 “도자가 지역주민의 삶을 새롭게 빚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로 도약 꿈꾸는 ‘도자산업’

영국의 미술사가인 윌리엄 하니(W.B.Honey)는 고려청자를 두고 “일찍이 인류가 만들어 낸 도자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도자의 세계적 가치와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광주ㆍ여주ㆍ이천 3개 지자체 중 도자의 세계화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이천시다. 이천시는 매해 ‘프랑스 파리 베종&오브제’ 등 유명 도자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해 도자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경기도가 만든 한국도자재단도 매년 100억~125억 원을 들여 도자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뒷받침하고 있다. 도자재단은 ▦도자신상품 개발 활성화 ▦도예인 전문역량강화 교육 ▦도예단체 홍보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천세라피아 등지에 레시던시 공간을 마련, 작업실이 없는 39세 미만 청년작가들에게 제공하는 등 공예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면 가스가마, 물레, 토련기 등 기자재를 제공받아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다.

도자 판매ㆍ유통ㆍ마케팅 전략도 한국도자재단이 고심하는 분야다. 한국도자재단은 그 일환으로 올 11월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G-세라믹 라이프 페어’를 연다. 도자업체의 판로개척 지원을 위한 것이다. 행사에는 광주ㆍ여주ㆍ이천 3개 지역 110개 업체가 참여해 제품을 뽐낸다.

이준한 한국도자재단 도자진흥팀장은 “한국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아름다운 우리 도자를 알리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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