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동안동농협 이ㆍ감사선거에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사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재선거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수천만 원의 선거비용을 또다시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안동농협 조합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실시된 이ㆍ감사 선거를 앞두고 감사 선거에 출마한 A씨가 23일 오후 지인 B씨를 통해 대의원 C씨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5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했다. 이사 7명, 감사 2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각각 12명, 3명이 입후보했다.
얼떨결에 돈을 받은 C씨는 A씨에게 전화해 돈봉투를 찾아 갈 것을 요구했으나 “B씨에게 맡겨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직접 만나기가 곤란해 송금을 위한 A씨 계좌번호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 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농협관계자와 C씨를 상대로 금품수수 경위를 조사한 뒤 선거법 위반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조만간 당선인을 소환해 대의원에게 전달한 금품의 성격 등을 확인한 뒤 형사 처벌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돈봉투 전달 역할을 맡은 B씨는 “A씨가 당선되면 C씨 식당에서 식사 비용으로 쓸 요량으로 미리 식대를 맡긴 것”이라며 경찰에 진술했으나 정작 A씨는 선거 후 C씨의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별도로 식대를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대를 선불로 지불했다는 주장은 허구인 셈이다.
이처럼 농협 임원 선거에서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직선제인 조합장선거와 달리 소수의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원 선거권을 가진 동안동농협 대의원은 조합장을 포함해 총 82명에 불과하다. 판세에 따라 몇 명만 포섭해도 당선권에 들 수 있어 금품선거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원은 “농협 조합장이나 임원 선거에서도 공직선거나 마찬가지로 금품을 주고 받으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비상임 감사라지만 돈 주고 당선됐으니 ‘본전’ 생각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동안동농협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종전 이사와 감사 전원이 일괄 사퇴했기 때문에 당선자들은 당선확정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됐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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