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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2명만 모여도 재건축 가능… 맞붙은 공동주택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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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2명만 모여도 재건축 가능… 맞붙은 공동주택 짓는다

입력
2018.02.27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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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 주택 정비 특례법 시행

조합 아닌 주민합의체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대상서 빠지고

건축 기준 최대 50%까지 완화

# 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은 강화

용역업체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주택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주택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유럽 주요 도심 주택가를 가면 울타리 없이 옆집과 맞붙어 늘어선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색깔과 디자인의 ‘맞벽 건물’들은 도시 미관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선 낡은 주택을 부수고 이 같은 맞벽 건물을 짓고 싶어도 관련법이 없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론 집주인 2명만 모여도 건물 사이를 띄울 필요 없이 맞붙여 하나의 건물처럼 새로 지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은 용역업체 선정에 경쟁입찰이 의무화되는 등 기준이 강화된다.

조합 설립 없이 집주인 2명만 모여도 재건축 가능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9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으로 구분하고 시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 도입된 ‘자율주택정비사업’은 2명 이상 집주인이 모여 주민합의체를 구성하면 단독ㆍ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개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민 합의를 통해 맞벽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맞벽 건축은 도시 미관 등을 위해 둘 이상의 건축물 벽을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50㎝ 이내로 지은 경우를 뜻한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건물처럼 간주되는 만큼 용적률과 건폐율을 함께 적용 받거나 남은 용적률을 교환할 수도 있다. 또 맞벽 및 합벽, 계단, 조경시설 등의 기준도 완화된다. 공간 활용이 쉬워져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조합을 설립하는 재건축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초과이익환수 대상도 아니다.

기존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규제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부지 일부가 도시계획도로에 접한 가로구역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젠 너비 6m 이상 도로에만 둘러싸여 있다면 가로구역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혜택도 늘렸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적으로 높이제한, 공지기준, 조경기준 등 건축기준을 최대 50%까지 완화해줄 수 있다. 사업비를 보조 또는 융자해 줄 수도 있다. 공공임대 또는 공공지원임대 주택을 연면적 20% 이상 건설할 경우엔 용적률이 법적 상한까지 완화된다.

비리 방지 위해 용역업체 선정 일반경쟁입찰 의무화

소규모 주택과 달리 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

우선 제한경쟁 입찰 방식이었던 재개발ㆍ재건축 용역업체 선정 방식은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조달시스템 적용이 의무화된다.

그 동안 재건축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조합장이 용역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등 비리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시공사는 일반경쟁 입찰로 선정되지만 다수 용역업체는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일반경쟁입찰 의무화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ㆍ시행규칙을 마련, 지난 9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재건축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는 용역업체 계약체결 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계약은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일반 경쟁 입찰 원칙이 도입되면 사업의 투명성이 한층 강화된다. 시공사와 정비업체는 물론이고 감정평가사 등을 선정하는 모든 과정에 입찰 경쟁을 도입해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고 입찰 절차도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서 진행해야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 의무화까지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지난 9일부터 의무화 됐다. 이전에는 시ㆍ군ㆍ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필요에 따라 한국감정원 등에 타당성 검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지만 앞으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타당성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타당성 검증 대상이 되는 재건축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서상 정비사업 추정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포함)가 사업시행계획서상 기재된 액수보다 10% 증가한 단지 ▦관리처분계획 시 책정한 조합원 분담 규모가 조합원 대상 분양공고 시점 대비 20% 이상 증가한 단지 ▦조합원 20% 이상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당일부터 15일 이내에 검증을 요청한 단지 ▦시장ㆍ구청장ㆍ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이다.

타당성 검증을 할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두 배 정도 늘어난다. 지자체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일 3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외부에 타당성 검증을 맡길 경우 결정기한이 접수 후 60일로 길어진다.

이르면 3월 중순부터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구조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안전성 평가의 비중을 20%에서 50%까지 높여 재건축 남발과 자원의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앞으로 ‘번갯불에 콩 볶듯’ 하는 재건축 사업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관련 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보다 시간을 걸리겠지만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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