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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9.11 19:00
수정 : 2017.09.11 20:43

‘도떼기 시장’ 응급실, 지금 변신 중

등록 : 2017.09.11 19:00
수정 : 2017.09.11 20:43

복도까지 환자ㆍ보호자 북새통

어수선한 분위기 개선 나서

서울대, 전담교수 시스템 도입

세브란스, 응급실 면적 2배 확대

환자ㆍ보호자 편의 높인 디자인도

응급실 감염 예방 및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응급의료센터 출입구에 설치된 열감지기. 서울성모병원 제공

올 초 한밤 중 남편이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호소해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김모(44)씨는 ‘도떼기 시장’ 같은 응급실 분위기에 애가 타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진료실이 아닌 복도 한 구석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난민처럼 뒤엉켜 의사가 불러주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분주하게 지나치는 의사와 간호인력을 붙잡고 빠른 처방을 호소해봤지만 소용 없었다”며 “이럴 거면 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형병원 응급실의 모습은 대체로 이랬다. 진료실뿐 아니라 복도까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뒤섞여 있고, 어떤 의사가 치료하는지도 알 수 없어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다. 최근 들어 대형병원들이 이런 응급실에 변신을 시도 중이다. 전담의사를 배치하고, 공간을 확대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도 활용한다. 가장 절박한 환자들이 모이는 공간인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공격적인 변신에 나선 곳은 서울대병원이다. 이달 1일부터 응급환자를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가 아닌 교수 등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교수 시스템’을 도입했다. 응급환자 초진 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고 협진이 필요한 경우 담당과를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응급실 내 별도 채용된 협진교수들과 즉각 협진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응급실 내에 진료과목 별로 협진교수를 대거 채용했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진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진료시간 단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비좁은 응급실을 대폭 넓혔다. 12일 새로 문을 여는 응급진료센터는 전용 면적이 1,520㎡에서 3,300㎡로 2배 넘게 확장됐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감염예방을 위해 ▦개별 응급환자 ▦응급차량 후송 환자 ▦고열 등 격리관찰 환자 등의 출입구가 별도로 마련됐다. 박인철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소장(응급의학과)은 “응급실 진료 및 처치공간에 격벽차단 시설을 갖춰 감염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썼고 참상 거리도 국가 권고치의 2배 가량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올 여름 보호자 대기실을 외부로 독립시켰다. 병원측 관계자는 “보호자 대기실에 응급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료, 검사, 재원환자 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설치한 후 보호자 민원이 감소했다”고 자평했다. 이 밖에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센터와 보라매병원 응급센터는 픽토그램과 사인물을 환자와 보호자가 알기 쉽게 디자인 해 응급실 환경을 개선했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 환경 개선은 병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철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진료환경을 많이 개선하기는 했지만, 무작정 응급실부터 찾고 보자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응급실 환경이 제대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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