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승준 기자

등록 : 2017.09.13 04:40
수정 : 2017.09.13 09:59

[딥 포커스] 신인 절반이 '프듀'출신...독식 우려 높아져

등록 : 2017.09.13 04:40
수정 : 2017.09.13 09:59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101’(‘프듀) 출신 신인들이 넘쳐난다. 정세운(사진 맨 위부터), MXM, 주학년이 속한 그룹 더 보이즈(사진 위) 등이다. 방송의 후광을 등에 업은 이들의 무대 독식과 문어발식 활동, CJ 계열사의 콘텐츠 배급망 장악에 대한 우려가 높다. 크래커ㆍ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1. 9일 오후 4시 경기 남양주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야외 공연장엔 1,500여 명이 몰렸다.

12인조 그룹 더 보이즈를 보기 위해서다. 이들이 출연하는 케이블채널 MBC뮤직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꽃미남 분식집’ 깜짝 이벤트였다. 더 보이즈는 내달 데뷔할 예정이다. 아직 발표한 곡이 없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가요 기획사에서 만든 그룹도 아니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1%를 밑돈다. 히트곡도 없는 신인들은 어떻게 1,000여명 넘는 팬을 불러 모을 수 있었을까.

#2. 2만3,438장. CD 발매 하루 만에 팔린 앨범수다. 지난달 31일 1집 ‘에버’를 낸 가수 정세운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간 (8월27일~9월2일ㆍ가온차트 기준) 음반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그 보다 10여 일 앞서 솔로 앨범을 낸 인기 그룹 빅뱅 멤버 태양이 같은 달 5만7,000여 장의 음반판매량을 기록한 걸 고려하면 신인 치곤 이례적인 성과다. CD 시장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 정세운은 아이돌그룹 멤버도 아니다. 데뷔 2주째에 접어든 솔로 가수는 어떻게 하루 만에 CD 2만 여 장을 팔아 치웠을까.

신인 12팀 중 5팀이 ‘프듀’ 연관

이변을 연출한 두 신인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더 보이즈 멤버인 주학년과 정세운은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프듀2’) 출신이다. 톱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워너원 데뷔 멤버가 되진 못했지만, 방송 내내 주목받은 화제의 연습생(톱20 진출)이다. 6월 방송이 끝난 뒤 석 달이 흘렀지만 프로그램이 배출한 연습생을 향한 ‘국민 프로듀서’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두 신인이 데뷔 전 ‘꽃길’을 걸은 이유다. ‘프듀2’ 후광이다.

사무엘, 용국ㆍ시현, 유회승(엔플라잉), 장문복, 이우진(더 이스트라이트), 강동호ㆍ김종현ㆍ최민기(뉴이스트), 김동현ㆍ임영민(MXM), JBJ(10월 데뷔 예정), 레인즈(10월 데뷔 예정)… ‘프듀2’ 종방 후 데뷔하거나 신곡을 낸 출연자들이다. 7~10월에 활동하거나 예정인 팀이 무려 10팀이 넘는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1’(‘프듀1’)보다 방송 후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도 두 배 이상 많다.

남성 연습생이 출연한 ‘프듀2’가 여성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프듀1’보다 화제성이 높았고, 더 많은 연습생이 주목 받았다. 아이돌 시장의 ‘큰 손’인 여성의 마음을 더 흔들었기 때문이다. ‘프듀2’에서 101명의 연습생 중 24명이 프로그램 프로젝트팀으로 활동한다. 가요계엔 ‘프듀’ 출신들이 넘쳐난다. 지난 7일 Mnet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는 ‘프듀1’ ‘프듀2’에 출연한 멤버를 둔 걸그룹 위키미키와 MXM 등 5팀이 출연했다. 이날 무대에 선 데뷔 1~2년 차 신인은 총 12팀. 절반 가까운 팀이 ‘프듀’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문어발식 프로젝트 활동 이미지 과잉 소비

프로그램 화제성을 밑거름 삼아 데뷔하다 보니 그늘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멤버가 여러 팀에 활동하면서 팬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지난 달 용국ㆍ시현으로 활동한 용국은 내달 JBJ로도 활동한다. JBJ는 탈락한 연습생 중 ‘국민 프로듀서’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았던 7명의 연습생(김태동 합류 미정)을 모아 만든 팀이다. 이로 인해 용국은 데뷔 전 프로젝트팀 활동을 두 번이나 하게 됐다. ‘프듀2’를 끝낸 노태현도 7월 핫샷으로 앨범을 낸 뒤 JBJ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미지 과잉 소비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솔로 혹은 팀으로 정식 데뷔 하기 전 문어발식 활동이 가수로서 제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김상화 음악평론가) 기획사들이 ‘프듀’의 인기를 활용해 소속 연습생과 가수를 띄우려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이다.

그룹 뉴이스트는 영화 '좋아해, 너를'을 CGV에서만 개봉하고, 유닛 그룹 뉴이스트W의 신곡을 CJ E&M에서 유통했다. 모두 CJ 계열사들이다. 디오시네마 제공

뉴이스트 음원ㆍ영화 공개 모두 CJ 계열사에서

‘프듀’를 기획한 CJ E&M의 콘텐츠 독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프듀2’에 출연한 강동호ㆍ김종현ㆍ최민기가 속한 뉴이스트의 유닛(소그룹) 뉴이스트W는 7월 발표한 신곡 ‘있다면’을 CJ E&M을 통해 유통했다. 모그룹인 뉴이스트는 2012년 낸 1집 ‘페이스’부터 모든 앨범을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했다. ‘프듀2’에 출연한 뒤 배급사가 바뀌었다.

뉴이스트는 다섯 멤버 전원이 출연한 영화 ‘좋아해, 너를’(14일 개봉)도 CGV에서만 공개한다. CGV는 CJ E&M의 모기업 CJ그룹의 계열사다. ‘프듀2’ 후 뉴이스트 관련 음악과 영화가 모두 CJ 계열사의 배급망을 타고 시장에 나간다. 제작(‘프듀’)ㆍ배급(음원)에다 영화 상영까지 겸하는 수직ㆍ〮수평적 결합을 통한 시장 장악에 대한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가요기획사들이 CJ E&M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어서”(음악제작사협회 관계자)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관계사를 활용한 배타적 독점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프듀2’를 만든 방송사 Mnet은 워너원 멤버 11명의 매니지먼트를 내년 12월까지 총괄한다. 멤버들의 팀 외 활동에 제약을 둬 비판을 받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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