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강성파들로부터 8ㆍ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 압박을 받아왔던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19일 불출마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계파 간 빅매치는 일단 불발됐다. 현재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이주영ㆍ이정현(이상 친박계), 정병국ㆍ주호영ㆍ김용태(비박계), 한선교(중립) 의원 등 6명이다. 여기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비박계 나경원ㆍ홍문표 의원까지 가세하면 최대 8명의 다자대결이 성사되지만 유력한 주자가 없어 흥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박계에서 정병국, 김용태 의원 간 후보단일화와 그에 대응하는 친박계의 단일화 정도가 남은 변수로 꼽힌다.
서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더 이상 대표 경선 과정에 제가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정갑윤ㆍ조원진ㆍ이장우 등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출마 요구를 받은 지 2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전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ㆍ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의 총선 출마 지역구 변경을 종용한 전화 녹취록의 공개가 서 의원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전 의원이 출마하려던 경기 화성갑은 서 의원의 지역구다. 서 의원은 “지금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로 당내 최다선으로서 새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돼 드리겠다”고 했다.
서 의원의 출마를 전제로 당 대표 경선에 비박계 대항마로 나서기로 했던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주변 분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 주변에서는 대중성에서 앞서니 승산이 있다는 쪽과 서 의원 출마에 종속변수화했던 나 의원의 출마 명분이 약한 데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만큼 또다시 당내 선거에 나가는 것은 무리라며 만류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친박 색채가 선명했던 서 의원이 불출마키로 해 (비박계인) 저의 출마 명분이 좀 퇴색되는 감이 있다”며 자신을 돕는 의원과 지역구 원외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금명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비박계 대표 후보 필요성을 거론한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비박계의 표가 결집해 승산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판세는 매우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당 한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들이 다 고만고만해서 예측이 힘들다”고 말했다. 비박계가 단일화할 땐 친박계 후보들이 지금은 전대 ‘완주’를 공언하고 있더라도 막판에는 단일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과 경기,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호남 등 권역별로 후보들이 나와 지역 변수가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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