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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색번짐, 링크… 지드래곤 USB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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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색번짐, 링크… 지드래곤 USB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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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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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이 낸 신작 '권지용' USB.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이 낸 신작 '권지용' USB.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29ㆍ본명 권지용)이 국내 가수 최초로 신작 ‘권지용’을 USB로만 오프라인에 유통해 화제인 가운데, 이 매체의 독특한 외형과 사용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가 지난 10일 지드래곤의 공연장에서 미리 판매한 ‘권지용’ USB를 보면 가장 먼저 몸통 부분의 손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권지용 A형’이란 문구 아래 ‘1988년 8월 18일’이 새겨져 있다. YG에 따르면 USB에 새겨진 문구는 모두 지드래곤의 개인 정보다. 필체는 지드래곤의 어머니가 아들이 태어났을 때 쓴 글에서 따왔다.

‘권지용’ USB는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어머니의 태 안이란 뜻의 ‘모태’(母胎)가 그가 솔로 앨범 ‘권지용’을 작업할 때 큰 화두였기 때문이라는 게 YG의 설명이다. 자신이 태어난 근거지인 어머니의 자궁을 창작의 발상지에 빗대, 신곡의 저장 장소를 생명의 잉태가 연상되는 자궁의 붉은 색으로 칠한 것이다.

지드래곤은 최근 연 단독 공연 제목을 모태로 짓기도 했다. 모태라는 화두는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에서 ‘인간 권지용’ 탐색에 주력하면서 나왔다. 신작을 자신의 실명인 ‘권지용’으로 지은 지드래곤은 “이번 앨범을 만들며 ‘권지용이 어떤 아이였을까’를 돌아보게 됐다”며 “잊고 있었던 날 깨닫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해 10여 년 동안 스타로 살아오며 놓친 인간 권지용 찾기에 대한 갈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드래곤은 내게 화려하고 과장된 이미지”라며 “어느 순간부터 지드래곤이란 이름으로 살다 보니 내 본 모습을 잊고 있었다”는 고백도 했다. 지드래곤은 신작 수록곡 ‘슈퍼스타’에서 ‘어린 시절 나의 소원 TV 속에 그들처럼 지금 살고 있는데도 왠지 슬퍼 외로운 건 여전해’라며 자신의 속내를 들추기도 한다.

'권지용' USB 제작 모습. 공장에서 기계로 색을 입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칠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권지용' USB 제작 모습. 공장에서 기계로 색을 입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칠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권지용’ USB는 오래 사용해 칠이 벗겨진 것처럼 낡은 느낌도 든다. ‘권지용’ USB를 물티슈로 닦았더니 붉은색 칠이 벗겨졌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한 네티즌이 올리면서 ‘불량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 직접 물티슈로 닦아 보니 힘을 세게 줘 문지르면 색이 벗겨지기도 했다.

이런 붉은색 번짐 현상을 두고 YG는 “의도한 콘셉트”라고 주장했다. 지드래곤의 DNA와 모태란 콘셉트를 부각하려 붉은색이 번지도록 작업했다는 설명이었다. 공장에서 기계로 빈틈없이 찍어낼 수도 있었지만, 모태란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수작업으로 붉은색 잉크를 USB에 칠해 거칠게 작업했다고 한다.

‘권지용’ USB는 음원 저장 방식도 특이하다. YG는 ‘권지용’ USB에 MP3 등의 음원을 저장하지 않았다. ‘권지용’ USB가 담긴 CD 케이스에 있는 시리얼넘버를 입력하면 특정 사이트가 뜨고, 이 곳에서 음원을 내려 받아야 곡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으면 음원을 다운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서 ‘권지용’ USB를 음반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YG가 ‘권지용’ USB에 MP3를 넣었으면 큰 이견 없이 음반으로 인정 받았을 것이라는 음악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국내 가수 중 처음으로 USB로만 오프라인 앨범을 유통한 가수 지드래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가수 중 처음으로 USB로만 오프라인 앨범을 유통한 가수 지드래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YG는 왜 굳이 USB에 MP3를 담지 않고, 링크 형식으로 저장했을까. YG는 ‘콘텐츠 소비의 개방성’을 이유로 들었다. 연말까지 지드래곤의 사진과 뮤직비디오 등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링크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오는 19일 정식 유통되는 ‘권지용’ USB 내 콘텐츠와 올 연말 해당 매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애초 YG는 ‘권지용’ USB에 MP3를 넣어 판매하려 했으나, 지드래곤이 링크 방식으로 콘텐츠를 저장하는 걸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권지용' USB 제작 과정 모습.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권지용' USB 제작 과정 모습.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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