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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선물’ 기대감이 실망으로…야권 반발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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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 선물’ 기대감이 실망으로…야권 반발만 키워

입력
2016.05.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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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원내대표 재고 요청에도

靑 “우리가 언급할 사안 아니다” 발뺌

보혁 다시 충돌… 국론분열 부추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인왕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인왕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ㆍ18 기념곡 지정 논란과 관련해,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선물을 달라”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끈질긴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야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좋은 방안”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정부가 입장을 유연하게 바꿀 변화의 단초로 해석했다. 청와대는 14, 15일 공식적으로는 침묵했지만, 내부에선 “기념곡 지정까진 어려워도 제창은 허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흘러 나왔다. 박 대통령이 5ㆍ18 기념곡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야당과 진보 진영에 손을 내밀어 소통과 협치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보훈처는 16일 기념곡 지정은 물론이고 제창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청와대는 “야당 등의 기대 수준만 공연히 끌어 올렸다가 스스로 협치 분위기를 깼다”는 비판에 휩싸이고도 종일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두 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론분열의 문제가 있어 현행대로 합창으로 결정했다는 보훈처의 보고를 받았다”면서 ‘3자 입장’에서 설명한 게 전부였다.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13일 말씀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만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보훈처가 제창 불허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에도, 청와대 인사들은 “우리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굳게 입을 닫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보훈처 방침을 바꾸게 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을 내렸는데도 차관급 기관인 보훈처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훈처도 이날 “청와대에서 구체적 지침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보훈처의 결정 이후 보수ㆍ진보 진영은 또다시 격렬하게 충돌했다. 박 대통령이 “좋은 방안”을 거론한 것이 야당의 줄기찬 요구에 진전된 입장을 내놓아 화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국론 분열을 부추긴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의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과 청와대 인적 개편 등으로 분위기를 잡은 쇄신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대한 청와대 참모들의 침묵이 논란을 증폭시킨 만큼,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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