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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등록 : 2017.07.30 16:49
수정 : 2017.07.30 20:13

세계 1위 삼성 반도체 ‘결정적 장면’과 다가올 ‘결정의 순간’

등록 : 2017.07.30 16:49
수정 : 2017.07.30 20:13

지난 4일 웨이퍼 출하식을 갖고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 평택 1라인. 삼성전자 제공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인텔이 2분기 실적(매출 148억ㆍ영업이익 38억달러)을 발표하자 세계 산업계의 관심은 인텔보다 삼성으로 쏠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분기 매출(158억 달러)이 1992년 일본 NEC를 꺾은 뒤 24년간 반도체 매출 1위를 지켜온 인텔을 처음 추월했기 때문이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그간 숱한 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 순간들이 43년 만에 전 세계 ‘반도체 왕좌’에 오른 원동력이됐다. 하지만 향후 명운을 가를 결정적 순간도 계속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 신화는 1983년 2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도쿄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반도체가 자본금을 잠식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상황에서 이 창업주는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며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이나 일본 업체보다 27년이나 뒤진 삼성전자는 1983년 말 당시 주력제품이었던 64K D램을 6개월 만에 완성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9년이 흐른 1992년엔 일본 도시바를 끌어내리고 D램 시장 1위에 등극하는 기념비적 사건을 연출했다.

D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변곡점은 1988년 4M D램에 ‘스택’ 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순간이다.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바 등은 웨이퍼(실리콘 기판)를 파내고 저장공간(셀)을 만드는 ‘트렌치’ 방식을 썼지만 삼성전자는 고심 끝에 위로 쌓는 스택을 택했다. “불량이 생겨도 해결이 쉬울 것”이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결단이었다. 희비는 엇갈렸다. 트렌치를 선택한 도시바는 2000년대 들어 D램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가 제휴 요청을 거절하고 독자 추진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역시 2002년 1위에 오른 이후 부동의 1위다. 2013년 수직구조로 셀을 쌓는 V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3차원 낸드플래시 시대를 연 것도 삼성전자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에 올랐어도 삼성 내부에서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다. 반도체 사업은 위기의 연속이고 지금도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약 200조원을 쏟아붓는 중국에서 향후 메모리 반도체가 본격 생산되면 품질 여부를 떠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경쟁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이 끝나면 수요가 줄어 더욱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시장정보업체 가트너는 이달 초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 거품이 2019년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정체는 곧 후퇴’라 막대한 시설투자를 멈출 수 없는 게 반도체 사업이다. 생산라인 하나당 최소 수 조원이 들어가고, 기존 라인 재활용도 어렵다. 공급 과잉 국면에는 선제 투자가 언제든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설상가상 총수 부재 상황인 삼성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란 특유의 장점까지 상실했다.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인 2008년과 2012년 삼성전자는 각각 20조원 안팎의 총수 주도 역발상 투자로 현재의 성과를 일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흐름을 보면 반도체 호황의 최고점이 다가오는 것 같다”며 “삼성도 이후에 대비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삼성전자 경기 화성캠퍼스의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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