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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WE - royal and patronizing (특수한 we의 용례)

입력
2017.02.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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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 가면 barber가 질문한다. “How are we doing?” 이 질문을 ‘How are YOU doing?’으로 듣고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답한 유학생도 많았지만 이발사의 질문은 ‘오늘은 어떻게(How) 머리를 해 드릴까요?’인데 정작 중요한 말은 ‘WE’다. 유사한 사례는 많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점원이 다가와 ‘Are we enjoying our meal?’이라고 물을 때가 있다. 식사는 손님인 내가 하는 것이고 점원은 serving만 하는데 어째서 we를 사용하는지 이상하게 들린다. 1인칭 단수를 사용할 곳에 1인칭 복수를 사용하는 것은 어법을 위반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지만 역사적 배경과 이유가 있는 화법이다.

우선 이 말의 배경. 과거 왕조시대에 왕이 백성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 쓰던 말로서 ‘How are WE doing?’식으로 물었다고 하여 ‘royal WE’ 혹은 ‘majestic plural’이라고 부른다. 교황이나 기타 고위 신분이 아래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도 비슷한데, 지체 높으신 분 한 명과 나머지 ‘모든 백성’을 we로 본 사고에서 시작된 말이다.

Oman이나 기타 왕조 국가에서는 지금도 이 지칭이 그대로 법처럼 쓰이고 있지만 현대 국가에서는 특수한 경우에 쓰인다. 신문 사설에서 주필들이 ‘우리는 이래서는 안됩니다’라고 할 때 ‘We’를 사용하고 이 we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지칭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editorial WE’라고 부른다. 식당 점원이 위에서처럼 묻는 것은 ‘고객을 응대하는’ 차원에서 부르는 일종의 ‘patronizing WE’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이 ‘이런 제도를 이대로 방치해서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며 ‘Are WE going to keep this policy?’처럼 묻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Latin시대에는 이러한 we를 nos라 불렀고 언어학에서는 1인칭 단수 대신 복수형을 쓰는 것을 nosism라고 부른다. 미국 작가 Mark Twain은 ‘Only kings, presidents, editors, and people with tapeworms have the right to use the editorial WE’라고 그 용법을 한정했지만 아직도 보통 사람의 일상 대화에서 이 방식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How are WE?’라고 묻는 것도 친밀감의 표현이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묻는다는 차원에서 royal WE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너희들 이제 장난감 놓고 점심 먹으러 가자’(Wy don’t WE put down the toy and go for lunch?)라고 말하거나 TV화면에서 요리사가 ‘We cut the potato into 5 and mixed some chopped garlic with the oil’이라고 말하는 것도 모두 ‘동참 청유’의 뜻으로 쓰는 현대판 we다. 수학 수업 시간에 교사가 ‘자 이제 2 더하기 3은 5가 되지요’라고 말할 때에도 ‘By adding two and three, we obtain five’라고 말한다.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서며 ‘How are WE doing today?’라고 인사하는 것도 같은 종류인데 응답은 ‘How are you?’와 비슷하게 ‘I’m good’이라 하면 된다. 일상 대화에서 ‘We know it’s unreasonable, don’t we?’(이거 이상한 거 아닌가요?) 문장처럼 동질감 형성에 도움을 주는 게 we의 특수 용법이다.

프랑스의 ‘짐이 국가다’(L’Etat, c’est moi = I am the state)라는 표현이나 영국 여왕이 ‘ONE is not amused’ 어법이 현대 영어로 ‘WE are not amused’라고 말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WE 용례다. 이들 WE는 현대 영어의 특수 용법으로서 여전히 쓰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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