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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단명한 고급 미니밴 ‘트라제XG’

입력
2018.04.24 1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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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미니밴을 처음 선보인 것은 1999년 열린 3회 서울모터쇼에서다. 기아차가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등 3개의 미니밴을 만들었고 현대정공은 싼타모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현대차는 승합차인 스타렉스뿐 미니밴이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차가 트라제XG다.

트라제XG는 99년 5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후, 그해 11월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보도 발표회를 거쳐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차명은 여행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에, 엑스트라 글로리(최고의 영광)의 영문약어가 병기된 것이다. 이름에서 보듯 유럽형 다목적차(MPV)였다. 미국식 스타일을 따른 카니발은 차체 사이즈가 좀 더 크고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한 반면, 유럽식인 트라제는 작은 사이즈에 뒷문을 스윙도어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슬라이딩 방식의 뒷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세단처럼 여닫는 스윙도어는 낯선 방식이었다. 현대차는 이 지점을 카니발과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했다.

트라제XG는 또한 고급 미니밴을 표방했다. XG를 앞세워 대형 세단 그랜저XG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음을 강조하고, 미니밴 수준을 뛰어넘는 다양한 편의 장비들을 대거 적용했다. 고급 승용차에 적용하는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타이어 공기압 경고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음성안내 기능도 트라제 XG가 한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운전석 문이 열렸습니다” “주차 브레이크가 잠겨 있습니다” 등 운전자가 간과하는 부분을 음성으로 안내 혹은 경고해주는 기능이다. 연료 부족, 배터리 방전, 안전벨트 착용 등 모두 12가지 내용을 음성 안내해줬다. 많은 언론이 이를 두고 “말하는 자동차”로 소개하기도 했다.

‘침대차’라는 설명도 있었다. 1~3열 시트를 완전히 누이면 풀플랫이 가능해 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5.8인치 화면을 통해 작동하는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것도 얘깃거리였다. 안테나는 3열 유리에 내장해 거추장스럽지 않게 처리했다.

트라제XG는 고성능 델타엔진을 장착해 가솔린 185마력, LPG 16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2.0 가솔린 7인승과 2.7 가솔린 6인승, 2.7 LPG 9인승 등 3개 모델이 1,760만~2,230만원 가격대로 출시됐다. 미니밴 시장에서 가장 비쌌고, 엔진 성능은 가장 강했다.

99년 출시한 트라제XG는 후속 모델 없이 2007년 5월 단종된다. 8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단명한 비운의 미니밴이 되어버린 것. 이 차를 개발할 때만 해도 현대차는 기아차와 라이벌 관계로 미니밴 시장에서 카니발을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이후 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현대차 그룹 안에 너무 많은 미니밴 모델을 거느리게 된다.

결국, 미니밴은 기아차로 몰아주기로 교통정리가 되면서 현대차는 트라제XG를 단종하며 자연스럽게 미니밴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트라제XG의 차체 부식 문제가 불거지는 등 품질 문제가 발생했던 점도 원인이 된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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