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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년대 공무원 유학코스… 요직 꿰차며 '공룡급 학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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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년대 공무원 유학코스… 요직 꿰차며 '공룡급 학맥'

입력
2015.02.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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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공무원 위한 학위 운영, 美 주립대 톱 10에 학비도 저렴

정·관·학·경제계서 두각, 최경환 동문회장 맡으며 위세

지난달 17일 밤 서울 강남의 리츠칼튼호텔 대형 연회장. 박근혜 정부들어 가장 강력한 파워 인맥을 자랑하게 된 미국 위스콘신대 한국총동문회 신년회가 열렸지만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했다고 한다. 당초 동문회 측은 200여명이 모일 것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2010년부터 동문회장을 맡았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터인데다 청와대는 물론 정ㆍ관계에 동문들이 전진 배치된 축하분위기를 감안하면 많은 동문들의 참석이 예상됐지만 실제 140여명에 그쳤다. 1987년 설립된 총동문회는 1,2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자랑스런 동문 시상에 경품 추첨 등 왁자지껄했던 작년 신년회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 주위 시선이 부담된 듯하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청와대 입성 전인 지난해에는 웃는 낯으로 신년회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동문회 부회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1년에 한번 밥 먹는 자리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용히 치렀다”고 말했다.

정ㆍ관ㆍ재ㆍ학계에 포진한 위스콘신대 출신 동문들의 면면(표 참조)은 화려하고도 압도적이다. 특히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의 당선으로 한국 경제는 위스콘신대 출신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당ㆍ정ㆍ청에 두루 포진한 정ㆍ관계 인사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알만한 재계인사들이 적지 않고, 학계는 물론 군맥까지 뻗어 있다. 전통적으로 고위층 인사가 많았던 하버드, 예일 등 미국 아이비리그 한국동문을 능가할 정도다. 위스콘신대 출신이 어떻게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게 된 것일까.

위스콘신대는 1980~90년대 공무원들이 선호했던 유학코스였다. 총동문회 부회장을 지낸 교수 출신의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내 기억으로 공무원만 15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요직에 오른 위스콘신대 출신 대부분은 공직에 있으면서 국비 유학을 다녀온 경우다. 위스콘신대가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학위 프로그램(Center for Development)을 갖추고 있었던 게 큰 이유가 됐다. 1990년대 초 이 대학을 유학한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특수대학원 개념으로 관료면 무조건 입학허가를 내주고 학사관리가 빡빡하지 않아 학위 따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차관 출신의 한 동문은 “위스콘신대가 한국 공무원들을 많이 우대해줬다”며 “부처 선배들의 조언으로 후배들도 알음알음 뒤따라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립대로는 톱10에 드는 명문인데다 타 대학의 3분의 1수준인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도 큰 장점이었다. 이글하이츠(Eagle Heights)라는 방 2개짜리 기혼자 기숙사(월 15달러)까지 싸게 제공되다 보니 공무원들이 여기에 함께 살았고, 유대도 깊었다. 이게 이어져 공무원만의 동문회도 결성돼 있다고 한다.

위스콘신대 한국 동문회가 기틀을 잡은 것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동문회장을 맡은 7, 8년 전부터라고 한다. 특히 2010년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부총리가 동문회장을 맡으면서 공무원들이 대거 몰리고 세가 불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는 “관계(官界)에 있는 분들이 회장을 하면 활성화가 될까 싶어 동문회 차원에서 당시 최 장관에게 동문회장직을 맡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한 한 교수는 “지금도 동문회를 하면 제일 열심히 나오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며 “관료사회에서는 유학 학맥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물론 이런 행태가 위스콘신대 출신들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미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한 학자는 “동문회에 나가보면 인적 네트워킹을 넓히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며 “국장급 연배의 공무원들이 동문회에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학연, 지연에 이어 유학 학맥이라는 거대 인맥을 형성하면서 공무원끼리 끌어주고, 밀어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인사에 울고 웃는 공무원들 특히 고시 출신의 엘리트일수록 이런 문화가 강한 탓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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