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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속 남북 긴장 완화에 ‘물꼬 트기’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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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속 남북 긴장 완화에 ‘물꼬 트기’ 의지

입력
2017.07.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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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南 먼저 군사회담 제안한 건 처음

자칫 한미 간 공조 균열 우려

남북 주도권 수싸움도 치열할 듯

“정부 과속 땐 뒤통수 맞을 수도”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정부가 17일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제의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라 남북 대화에 시동을 걸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운전석에 앉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하면서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경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남북 관계의 물꼬를 터서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다만 북한이 회담에 응하더라도 터무니 없는 요구로 한미공조를 흔들 가능성이 큰 만큼 남북간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 정부가 먼저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가장 최근의 회담인 2014년 10월 고위급 회담의 경우에도 북측의 제안에 우리가 마지못해 응하는 형식이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들어 군사분계선(MDL)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딱히 커진 것도 아니다. 이번 군사회담 제안이 현안 해결보다는 대화의 판으로 북한을 끌어들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국방위 공개서한을 발표하더니 군사회담 실무접촉을 열자고 통지문을 보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7월 군사회담, 8월 적십자회담의 ‘쌍끌이’ 제안을 한 건 내달 중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이 군사훈련에 반발해 설령 우리측 제안에 응하지 않더라도 9월 이후 9ㆍ19 공동성명, 10ㆍ4 선언 등 대화의 계기로 삼을만한 기념일이 연달아 있기 때문에 일단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이슈를 선점하는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관건은 남북 대화 재개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을 비핵화의 문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느냐다. 북한이 비핵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에서 자칫 남북 대화 시도가 한미간 대북 공조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이 대화에 응하더라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며 한미간 엇박자를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는 착각에 취해 우리 정부가 과속할 경우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격적인 남북 당국간 대화는 아무래도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한 태도 변화를 지켜봐 가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아래서 남북간 신뢰 회복에 우선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또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런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고 그 범위 내에서 상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와 관련해 한미간 조율을 거쳤다는 얘기다.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이 북한 비핵화로 곧바로 이어지긴 어렵지만 남북간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향후 북핵 대화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의 생존이 걸린 핵 문제와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화의 동력을 살린다면 본격적인 비핵화 국면에서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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