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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손맛’느낌 아시나요?”… ‘디그여왕’ 김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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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손맛’느낌 아시나요?”… ‘디그여왕’ 김해란

입력
2017.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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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인삼공사 김해란이 디그하는 모습. 김해란은 '디그여왕' '미친디그'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여자선수 리베로 중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 받고 있다. KOVO 제공
KGC 인삼공사 김해란이 디그하는 모습. 김해란은 '디그여왕' '미친디그'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여자선수 리베로 중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 받고 있다. KOVO 제공

낚시터 강태공들만 ‘손맛’을 아는 게 아니다.

배구 코트에도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 주인공들이 있다. 수비전문 포지션인 리베로다. 상대가 때린 공을 코트에 닿기 전 정확히 받아내는 걸 ‘디그(dig)’라고 하는데 국내 일인자는 ‘자타공인’ 김해란(33ㆍKGC인삼공사)이다. 완벽하게 실점했다 싶은 순간 김해란이 몸을 날려 걷어 올리고 이를 ‘주포’ 알레나(27)가 마무리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팬들은 김해란을 ‘디그여왕’ ‘미친디그’라고 부른다.

김해란은 지난 달 31일 현대건설 원정에서 남녀 통틀어 프로배구 최초로 7,500디그(현재 7509개)를 돌파했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부터 13시즌, 333경기, 1,271세트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2위인 남지연(34ㆍIBK기업은행ㆍ6,329개)과 1,000개 이상 차이 난다. 여자에 비해 스파이크 강도가 훨씬 강해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남자배구 통산 디그 1위인 여오현(39ㆍ현대캐피탈)도 4,426개다. 김해란은 작년 2월 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54개의 디그를 성공해 단일 경기 최다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7,500돌파) 기록을 세운 건 경기 끝나고 알았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담담해 하면서도 “상대 공격수가 ‘이건 확실한 포인트다’고 자신하던 볼을 받아낼 때 ‘손맛’은 정말 짜릿하다”고 말했다.

김해란(왼쪽)이 동료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KOVO 제공
김해란(왼쪽)이 동료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KOVO 제공

리베로는 보통 키는 작아도 순발력 좋은 선수들이 맡는다. 김해란도 키가 168cm다. 그는 부모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배구, 어머니는 육상을 했고 오빠도 한 때 전문 보디빌더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아령만 잡으면 근육이 나오는 유형이다. 그는 “(피로)회복속도가 남들보다 좀 빠른 편이다”고 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으로 일인자가 됐을 리는 없다. 성실한 훈련과 철저한 분석, 오랜 경험이 더해져 ‘디그여왕’이 됐다.

믿기 힘들지만 김해란은 초등학교 때 센터를 맡았다. 그는 “지금 키가 초등학교 때 키다. 그 때는 장신에 속했다”고 웃었다. 중ㆍ고교 때는 레프트를 봤다. 고3 때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고 2002년 도로공사에 입단해 같은 부위 재수술을 받았다. 성치 않은 발목 탓에 리베로로 전향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김해란은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한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김해란(왼쪽)과 조성원 관동대 축구코치 부부의 다정한 모습. 축구선수 출신인 조 코치는 김해란의 든든한 동반자다. 김해란 제공
김해란(왼쪽)과 조성원 관동대 축구코치 부부의 다정한 모습. 축구선수 출신인 조 코치는 김해란의 든든한 동반자다. 김해란 제공

김해란은 2015년 1월, 무릎을 크게 다쳐 선수 인생의 기로에 섰다. 적지 않은 나이라 재기가 힘들 거란 우려가 많았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13년 간 몸담았던 도로공사를 떠나 2015년 5월 인삼공사로 트레이드 되기도 했다. 김해란은 “보란 듯 복귀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떠올렸다. 축구선수 출신인 남편 조성원(33) 관동대 축구 코치가 큰 힘이 됐다. 남편 역시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해 아내의 마음을 헤아렸다. 김해란은 “남편이 ‘꼭 다시 일어서는 모습 보여준 뒤 은퇴하라’고 용기를 줬다”며 “대신 남편은 내가 선수생활을 서른다섯까지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아이를 갖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해란은 올 시즌 ‘첫 우승’을 꿈꾼다. 도로공사 시절 준우승만 두 번이다. 작년에 꼴찌였던 인삼공사는 최약체라는 평을 딛고 올 시즌 3위로 선전 중이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일단 플레이오프(3위 이내) 진출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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