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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해도 찬밥신세… 해외 입양가는 큰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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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해도 찬밥신세… 해외 입양가는 큰 개들

입력
2017.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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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육장ㆍ도살장서 탈출해도

국내선 작은 종 찾아 안락사 위기

다시 버림 받고 학대 당할 우려에

과정 복잡ㆍ비용 수백만원 들지만

동물호보단체들 해외 입양 선호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의 개 농장에서 구출한 도사견 구찌(위)를 입양한 머스캣씨 가족. 프리코리안독스 제공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의 개 농장에서 구출한 도사견 구찌(위)를 입양한 머스캣씨 가족. 프리코리안독스 제공
지난해 구출될 당시의 구찌(오른쪽) 모습. 프리코리안독스 제공
지난해 구출될 당시의 구찌(오른쪽) 모습. 프리코리안독스 제공

도사견 ‘구찌’는 경기 남양주시 한 농장에서 지난해 봄 다른 54마리와 함께 구출됐다. 더럽고 녹슨,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은 철창(일명 뜬장)에 갇혀 있던 구찌는 학대로 인한 장애 탓에 다리를 절고 있었다.

입양을 기다렸지만 ‘작고 귀여운 종’을 주로 찾는 국내에서 몸무게 37㎏ 구찌와 같은 큰 개는 찬밥 신세였다. 다행히 5개월 후 태평양 너머에서 연락이 왔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라일 머스캣씨 가족이 “입양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개의 가족이 돼주고 싶다”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24일 비행기 화물칸에 홀로 탑승한 구찌는 15시간 만에 새 가족 품에 안겼다.

개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주로 불법 사육장과 도살장에서 구출된, 또는 버려진 뒤 국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아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들이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비영리단체 세이브코리안독스에선 지난 4년간 1,200마리 남짓, 프리코리안독스에서는 2년간 300마리 정도를 해외로 보냈다. 어림잡아 매년 수백 마리가 외국으로 떠난다는 얘기다.

사실 개 해외 입양은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백신 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거쳐야 하고 ‘궁합‘이 맞는 가정을 찾아야 한다. 동물보호단체 소이독(Soi Dog)의 수의사 캐서린 폴락 박사는 “특성과 성격이 입양 갈 가정과 100% 어울려야 하기 때문 시간과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양 가정이 결정되면 해당 국가로 가는 사람을 자원봉사자로 받아 반려동물로 화물칸에 실어 보내게 되는데, 20만~40만원 정도 경비가 든다. 동반자 없이 단독 화물로 보내는 경우엔 비용이 4~10배 가량 더 들어간다. 백신 접종부터 새 가족을 만날 때까지 많게는 수백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럼에도 동물보호단체는 국내 입양 뒤 다시 유기되거나 학대를 당하는 등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외 입양을 택하고 있다. 2014년 국내 입양된 진돗개 ‘스마일리’는 주인 부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함께 살던 노인에게 몽둥이로 맞아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달려갔던 김나미(60) 세이브코리안독스 대표는 “눈알이 하나 빠지는 등 너무 참혹해 그 사건 이후로 국내 입양은 안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개들을 입양하는 까닭으론 보신탕 문화에 대한 반감이 꼽힌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 도살장에서 구출된 진돗개 ‘루비’와 ‘오비’를 입양한 그렉 힌드만(미국 캘리포니아 거주)씨는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동물권보호단체 ‘카라’에 따르면, 국내 식용견 농장 3,000여곳에서 연간 100마리 이상이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다. 불법 농장에서 음성적으로 자행되는 도살을 더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경기 김포시 세이브코리안독스 보호소에서 해외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개들. 대부분 덩치가 큰 잡종(믹스견)이다. 김포=곽주현 기자
경기 김포시 세이브코리안독스 보호소에서 해외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개들. 대부분 덩치가 큰 잡종(믹스견)이다. 김포=곽주현 기자
곧 노르웨이로 입양이 확정된 리트리버 잡종 미아(Mia). 김포=곽주현 기자
곧 노르웨이로 입양이 확정된 리트리버 잡종 미아(Mia). 김포=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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