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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부족함 없는 성능 아쉬운 물량 '쉐보레 볼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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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부족함 없는 성능 아쉬운 물량 '쉐보레 볼트 EV'

입력
2017.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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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볼트 EV. 김훈기 기자
쉐보레 볼트 EV. 김훈기 기자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니 예상보다 부드럽고 빠르게 나간다. 깃털처럼 가볍다. '달려 나간다'는 느낌 보다는 '빨려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한 템포씩 숨을 고르던 변속도 없었고 엔진의 요동도 느낄 수 없다. 약 1시간 가량 줄곧 최고속도를 향해 달린 뒤에도 배터리 용량이 넉넉하니 뭔가 게임을 하는 듯 비현실적인 기분만 남는다.

갑작스럽게 오른 한낮 기온에 에어콘도 켜보고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실내가 어색해 라디오 볼륨도 키웠지만 좀처럼 배터리 용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회 충전으로 383km를 달릴 수 있다는 넉넉한 배터리 효율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배터리 걱정에 한여름 에어컨을 끈 채 창문마저 닫고 달렸던 지난날 전기차 시승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난 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를 출발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왕복하는 45km의 구간을 쉐보레 볼트 EV를 타고 달렸다. 볼트 EV는 BMW i3를 닮은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차체 디자인에 전기차 전용 알루미늄 합금 고강성 차체를 바탕으로 고효율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부분이 특징이다.

쉐보레 볼트 EV의 외관 디자인.
쉐보레 볼트 EV의 외관 디자인.

볼트 EV는 경쟁모델대비 압도적 주행거리, 낮은 무게중심,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초반 토크 등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면 준중형차 수준의 2,000만원대 구입 가격 등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먼저 볼트 EV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165mm, 1,765mm, 1,610mm에 휠베이스는 2,600mm 등 소형 SUV와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전면부는 새롭게 선보이는 판타스틱 듀얼포트 그릴과 LED주간주행등, HID 헤드램프 등 볼트 EV 만의 독특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적용됐다. 울퉁불퉁 입체감 넘치는 후면부는 공기역학적 설계를 바탕에 둔 LED 테일램프가 자리를 잡았다.

실내는 쉐보레 브랜드에서 새롭게 재해석된 듀얼 콕핏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10.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시원스럽게 자리한다. 마이링크(MyLink) 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도 연동된다. 무엇보다 수평으로 설계한 배터리팩과 2,600mm의 휠베이스에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차체 구조는 생각보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구성해 준중형급 이상의 공간 활용도가 마음에 든다.

쉐보레 볼트 EV의 생각 보다 여유로운 실내.
쉐보레 볼트 EV의 생각 보다 여유로운 실내.

2열에 탑승할 경우 일반 차량의 시트와 비교해 훨씬 얇은 앞 좌석 첨단 압축형 씬 시트(Thin Seat)적용과 2열 바닥 센터 터널이 없는 설계를 통해 넉넉한 무릎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6:4 폴딩 시트와 트렁크 하부에 숨어있는 공간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등 차급에 비해 넉넉한 적재 공간 역시 매력이다. 다만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해 2열 시트는 예상 보다 조금 높아 상황에 따라 머리위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겠다. 또한 실내에 사용된 소재는 고급스럽거나 친환경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디자인에서 차체 경량화나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요소에만 중점을 둬 아쉽다.

볼트 EV의 파워트레인은 고효율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과 고성능 싱글 모터를 탑재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ㆍ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급속 충전의 경우 약 1시간, 완속은 9시간 45분이 걸린다. 다른 전기차들과 조금 차별화 시킨 부분이 있다면 스포츠 모드를 따로 빼내 모드를 활성화 할 경우 운전자 페달 조작에 따른 더욱 신속한 응답과 폭발적 가속감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쉐보레 볼트 EV의 계기판 및 실내 디자인
쉐보레 볼트 EV의 계기판 및 실내 디자인

주행성능은 일반적인 전기차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공급되고 움직일 준비가 됐음을 운전자에게 시각적 신호로 전달한다. 전기차 특성상 ‘시동’이라는 표현 보다는 ‘시스템 온’이 맞을 듯 하다. 저속에서 간간히 올라오는 소음을 제외하면 움직임은 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으로 전달될 만큼 N.V.H. 성능 또한 만족스럽다.

쉐보레 볼트 EV의 배터리는 LG전자가 공급한 288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을 3개씩 묶어 96개의 그룹을 이룬 10개의 모듈로 구성됐다. 이를 차체 바닥에 깔아 적당한 무게 중심을 이뤄냈다. 기존 트렁크에 탑재했던 전기차들 보다 여유로운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고속과 커브길 주행 시 낮아진 무게중심 탓에 안정성은 높아졌다.

시원스러운 주행감을 자랑하는 쉐보레 볼트 EV.
시원스러운 주행감을 자랑하는 쉐보레 볼트 EV.

볼트 EV의 주행 특성 중 또 한 가지는 운전대 뒤쪽으로 패들 시프트 스위치를 통해 운전자가 회생 에너지 생성을 제어 할 수 있는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을 탑재한 부분이다. 앞서 출시된 쉐보레 주행거리연장전기차 '볼트(Volt)'에도 적용된 해당 기능은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감속을 할 수 있어 이색적인 운전 경험을 전달한다.

또 볼트 EV만의 독특한 방식인 기어를 L모드로 변경할 경우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가감속은 물론 완전 정차까지 제어하는 회생제동시스템은 가속페달 하나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원페달 드라이빙’이도 가능하다.

볼트 EV의 가격은 기본 모델이 4,779만원, 세이프티 패키지가 포함된 모델은 4,884만원이다. 지자체 보조금 혜택이 포함될 경우 준중형차 수준의 2,000만원대로 구입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부족함 없는 ‘가성비’ 탓에 볼트 EV는 국내 판매와 함께 2시간 ‘완판’ 돌풍을 일으켰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비교적 빠르게 판매 결정이 내려졌으나 초도 물량은 수요에 비해 부족했고 앞으로 추가 물량 확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

김훈기 기자 hoon14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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