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감히 꿈꿀 수도 없었던 ‘77 에베레스트’

알림

감히 꿈꿀 수도 없었던 ‘77 에베레스트’

입력
2017.09.15 04:40
0 0
산악인 김영도씨가 엮은 책 'EVEREST 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의 표지.
산악인 김영도씨가 엮은 책 'EVEREST 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의 표지.

“대한민국이야 말로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일이었죠.”

‘77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장’ 김영도 대한산악연맹 고문은 1924년생, 올해 아흔 셋이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쩌렁쩌렁했고 40년 전 산행을 마치 어제 일처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감히 꿈꿀 수도 없는’(The Boldest Dream)’이란 말은 한국보다 한 해 전인 1976년, 미국이 독립 200주년 기념대를 꾸려 에베레스트에 오른 뒤 등반가였던 릭 리지웨이가 등반기 표제에 쓴 말이다. 리지웨이가 자신들의 원정을 이렇게 표현한 건 이유가 있다. 미국 원정대는 전문 등반가가 아닌 의사와 변호사, 대학교수 등 주말 등산애호가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77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도 마찬가지였다.

대원들은 등산가라기보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풋내기 산꾼들’에 가까웠다. 등반 대장인 김 고문만 해도 주말마다 도봉산을 오르내리던 정도였다. 그는 에베레스트 등반이 결정된 후에야 관련 책을 보며 공부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고산병이라는 말조차 생소해 영어 원서를 사다가 읽었다. 김 고문은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인당 1,000달러였던 시대였다. 사회에는 산업기반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며 “에베레스트 완등으로 한바탕 떠들썩해지고 난 뒤에야 국민들은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장문삼(왼쪽) 등반대장(왼쪽)과 김영도(가운데) 원정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이스캠프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장문삼(왼쪽) 등반대장(왼쪽)과 김영도(가운데) 원정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에베레스트 완등은 그 전까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의 고산 원정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후 한국은 전 세계 산악인들의 꿈인 ‘히말라야 14좌 완등’ 산악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가 됐다.

히말라야 14좌는 히말라야의 8,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 14개를 말한다. 에베레스트(8,848m), K2(8,613m), 칸첸중가(8,588m), 로체(8,518m), 마칼루(8,463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8,169m), 마나슬루(8,165m), 낭가파르밧(8,128m), 안나푸르나(8,092m), 가셔브롬1ㆍ2봉(8,070mㆍ8,036m), 브로드피크(8,048m), 시샤팡마(8,046m)다.

8,000m급 등반 전문 사이트 ‘8000ers.com에 따르면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등반가는 총 34명인데 이 중 한국인이 6명으로 가장 비율이 높다.

한국은 2011년 7월 고(故) 박영석(세계 8번째), 같은 해 9월 엄홍길(57ㆍ9번째)에 이어 2003년 한완용(51ㆍ11번째), 2010년 오은선(51ㆍ21번째), 2011년 김재수(56ㆍ28번째), 2013년 김창호(48ㆍ32번째)가 차례로 성공했다. 오은선은 세계 여성 최초였고 고 박영석은 2008년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험하다는 남서벽 등정로를 세계에서 처음 개척했다.

이 중 오은선은 2009년 오른 칸첸중가 정상 등정을 증명할 사진이 없고, 셰르파(조력자)들이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산악연맹 측은 “오은선의 칸첸중가는 정상 등정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연맹의 결론이다”고 밝혔다. ‘8000ers.com’도 오은선의 14좌 완등에 ‘칸첸중가는 논쟁 중(disputed)’이라고 따로 표기를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