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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의혹에 하극상까지… 경총 만신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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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의혹에 하극상까지… 경총 만신창이

입력
2018.07.02 18:43
수정
2018.07.02 20:07
0 0

 ‘14년 집권’ 김영배 前 부회장 

 비자금 조성 배후로 지목되자 

 “수익 일부를 직원 격려금에 썼다” 

 ‘낙하산 논란’ 송영중 부회장 

 오늘 총회서 해임안 논의 앞두고 

 “손경식 회장이 논란에 답하라”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보도와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보도와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자질 시비에 휩싸인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지난 수년간 사업수익 일부를 유용해 직원 격려금으로 썼다고 2일 고백했다. 자신의 해임안을 논의할 경총 임시 총회를 하루 앞둔 이날 송 부회장은 “논란 사안에 직접 답하라”고 손경식 회장을 향한 공개비판에 나섰다. 노사 간 대타협이 절실한 시점에서 사용자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경총이, 권력화된 사무국과 ‘별종’ 부회장 간의 갈등 속에 갈수록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분위기다.

비자금 조성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비자금 조성은 오해이며 직원 격려금 지급도 법적ㆍ회계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경총 사무국이 김영배 전 부회장 시절부터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ㆍ총회 보고 없이 별도 관리하며 일부를 격려비조로 임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왔다”고 내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폭로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민간기업도 상여금 지급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다”며 “현금으로 준 것도 근로자의 요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공방 속에 경총은 설명자료를 내고 과거 격려금 지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경총은 “2010년 이후 연구ㆍ용역사업으로 35억원(연평균 4억4,000만원)의 수익이 생겼고, 이 중 사업비로 쓰고 남은 금액과 일반예산 등에서 분담해 (다른 경제단체보다 적은 연봉으로 사기가 저하된) 직원들에게 매년 8억원 가량을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격려금을 별도 현금으로 준 것은 통상임금 산정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경총은 “송영중 부회장에게도 이 사안을 보고했으며 송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내부 감사에서도 상여금 지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토록 권고 받았다”고 격려금 지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경총 일각에선 언론 보도가 송 부회장 측의 제보에 따른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최근 경총 내분의 씨앗이 김영배 전 부회장 ‘장기집권’ 시절 뿌려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전 부회장은 2004년부터 2년 임기의 부회장을 7번이나 연임했다. 상임부회장은 민간기업으로 치면 전문경영인이지만, 회장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사이 요직에 자기 사람을 앉히며 90명 남짓한 조직을 입맛대로 주물러 왔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주인 없는 조직에서 내부권력이 형성된 게 화근이었다”며 “장기집권 끝에 불명예 퇴진한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김 전 부회장은 올 2월 경총 회장단 교체 과정에서 이른바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도 지목된다. 박병원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치며 함께 물러날 것을 권했지만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출신의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을 새 경총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대기업 회원사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치권 배후설, 대기업 알력설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대기업 회원사들의 주도로 손경식 현 회장이 추대됐지만 이번엔 송영중 부회장이 또 다른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국장 출신인 송 부회장의 전력을 두고 경총 안팎에선 ‘현 정권의 낙하산’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손경식 회장이나 송 부회장은 모두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부회장에 추천한 것”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이 최근 손 회장의 뜻과 달리 사퇴거부 의사를 고수하고 있어 여전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송 부회장은 취임 후 김영배 전 부회장의 색채가 남아있던 경총 사무국 직원들과 계속 마찰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노조와 국회 밖에서 할 것을 주장하면서 경총 내부에서 ‘경총이 노조 2중대가 됐다’란 비아냥과 함께 거부감이 커졌고 6월 초엔 일주일 간 출근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재택근무를 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급기야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을 직무 정지시키고, 3일 임시 총회를 소집해 해임 여부를 회원사 투표에 부치기로 했지만 송 부회장이 “법적 대응 불사”까지 외치고 있어 이미 5개월 여를 끌어온 경총 파행 사태는 훨씬 장기화될 수도 있다.

송 부회장은 이날 경총 회원사에 질의서를 보내 손 회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과정을 둘러싼 시비와 경총 사무국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두둔 등에 직접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손 회장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압력에 굴복해 경영계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조직의 파행적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판해 쉽게 물러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노사 대타협이 절실한 시점인데, 재계를 대변해야 할 경총이 자중지란을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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