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논설위원

등록 : 2016.03.14 20:00

[이충재 칼럼] 김무성에게 봄은 오지 않는다

등록 : 2016.03.14 20:00

청와대ㆍ친박 유승민 등 물갈이 공세

이한구 칼춤에 김무성 대표 속수무책

총선 승리 공 박 대통령에게 돌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6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무성 죽여버려”라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조직적 냄새가 난다. 친박 핵심 의원들을 끌어들였고, 다음날 ‘살생부’ 소문을 퍼뜨린 김무성 대표를 일제히 공격했다.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해도 일개 재선 의원의 재량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친박계가 공감대를 이룬 모종의 작전으로 보는 게 이치에 맞다.

친박은 명칭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필하는 세력이다. 대통령의 심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 윤상현 막말 파문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010년 김 대표가 세종시 이전 문제를 놓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편을 들 때 이미 그를 버렸다. 마음 속으로 ‘배신자’로 낙인 찍었다. 김무성이 나중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지만 “언젠가 자기 정치를 할 사람”이라는 불신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 인물이 당 대표가 되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친박 세력이 주군(主君)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다.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을 당 대표로 세우고 여세를 몰아 김무성을 대선 후보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는 설이 헛소문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권력이 지속되길 바란다. 경제를 살리고 4대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퇴임 후에도 나라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영향력이 지속됐으면 한다. 그러려면 ‘진실한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진입해야 하고, 물갈이도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박으로 싸움꾼 기질이 있는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 위원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무성의 전매특허인 상향식 공천을 야금야금 무력화했다. 박 대통령 눈밖에 난 비박계 인사 물갈이를 공공연히 시사하고, 심지어 당 대표의 공천을 미루며 골탕을 먹였다. 윤상현 파문의 와중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설이 나돌아도 “뭐가 문제냐”며 개의치 않는다. 대통령의 의중대로 ‘친박을 위한 공천’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의 일사불란한 공세에 맞서는 김무성은 힘에 부친 모습이다. 윤상현 막말 파문을 반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묵언시위’를 했지만 자신의 공천만 살려냈다. 유승민 의원 등 측근 비박계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다.

김무성은 시간은 자기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선거를 주도한 당 대표에게 공이 돌아올 거라고 여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여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앞서는 자신에게 무게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한다. 임기 말 현재권력이 스러지고 미래권력이 부상하는 장면을 늘 봐왔기 때문이다. 친박으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공격을 당해도 꿋꿋이 견디는 건 그런 기대에서다.

하지만 김무성의 예상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금 선거의 중심에 선 인물은 김무성이 아니라 박근혜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와 야당 심판론을 연일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논란을 무릅쓰고 ‘진박’ 지원을 위해 대구 방문을 강행했다. 유승민을 쳐내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의 선거고, 총선 승리의 공은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에게 더 불리한 건 자신의 편이 줄어드는 현실이다. 청와대와 친박의 압박에 30시간을 채 버텨내지 못한다는 ‘김무성의 30시간 법칙’이라는 유행어는 상징적이다. 상하이발 개헌 발언, 유승민 찍어내기, 안심번호 합의 등에서 드러났듯 그는 번번이 결정적 순간에 꼬리를 내렸다. 이번에도 눈 앞에서 ‘공천 쿠데타’를 당하고 있지만 김무성은 속수무책이다. 그러니 비박계 누구도 전면전에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한다. 뒤집기의 명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하는 김무성은 최후의 일격을 노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올 여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자신의 심경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표현했지만 김무성에게 봄은 아예 오지 않을 듯싶다.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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