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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시작... 학부모 지갑 열어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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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시작... 학부모 지갑 열어 메운다

입력
2016.01.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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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등 누리예산 미편성

교사 인건비 체불ㆍ운영비 부족

내달 강원 전북 등 여파 확산

내일 부총리ㆍ교육감 면담 재추진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운수노조, 참교육을 위한 부모 연대,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누리과정 혼란사태는 정부가 약속했던 국가책임보육에 어긋난다”며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운수노조, 참교육을 위한 부모 연대,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누리과정 혼란사태는 정부가 약속했던 국가책임보육에 어긋난다”며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 25명이 근무하는 경기 수원시 A유치원 박모 원장은 19일 교사들에게 “한두 달 월급이 밀리더라도 참고 일해달라”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도교육청의 대립으로 원아 한 명 당 29만원(방과후 과정비용 7만원 포함)씩 나오던 지원금이 끊긴 가운데 월급날이 다가온 탓이다. 박 원장은 “사비를 털어 얼마간이라도 이달치 교사 월급을 지급할 생각”이라며 “한 달에 400만~500만원이 드는 급식비와 난방비는 관련 업체에 수금을 조금만 미뤄달라고 부탁해놨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당장은 “지원금 나오면 돌려받겠다”며 원비를 추가 납부할 뜻을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선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박 원장은 속이 타 들어간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분담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지원금이 끊기는 ‘보육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장 서울, 경기, 전남, 광주 등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4개 지역 유치원들이 이르면 20일부터 지급해야 할 교사들 월급을 마련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유치원에 매달 20일을 전후해 내려보내는데 이번 달에 지금까지 지원비가 가지 않았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의 유치원생 어린이집 원생은 전국(130만명)의 48.2%(64만7,000명)에 해당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학부모들이 우선 카드로 내고 다음달 지원금을 받기에 아직 한달의 여유가 있지만, 다음달은 강원, 전북, 세종 등 어린이집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지역이 대란을 맞을 차례다.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한 지역이라도 임시변통식으로 2~6개월치 예산만 편성해둔 지자체(부산 인천 충북 전남 경남 제주)가 적지 않아 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보육대란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은 당장 써야 할 인건비와 운영비를 변통하느라, 학부모들은 자칫 보육료를 더 떠안게 될까 봐 너나 할 것 없이 혼란스럽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누리과정 지원금의 70%를 교사 인건비로, 나머지 30%를 급식비, 차량비 등 운영비로 지출하고 있던 상황이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중단된 지원금이 원비에 전가된다면 두 아이의 보육료로 100만원 넘게 지출해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감들이 학부모와 아이들을 볼모 삼아 정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육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법적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고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개선돼 재원 확보 여력도 충분하다”, 시도교육청은 “무상보육은 대통령 공약으로 정부가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며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21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장관과 시도 교육감의 면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양측이 전향적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초유의 보육대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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