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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

등록 : 2018.02.13 17:14
수정 : 2018.02.13 21:43

주러 미 대사관 앞길 ‘북미 막다른 골목’ 되나

등록 : 2018.02.13 17:14
수정 : 2018.02.13 21:43

美, 워싱턴 러 대사관 거리 이름

푸틴 정적 ‘보리스 넴초프’로 바꿔

러시아, 도로명 변경 추진 맞불

그림1 러시아 모스크바의 주러 미국 대사관 건물. 러시아 정부는 대사관 앞 도로 이름을 ‘북미의 막다를 골목’(North American Dead End)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 각지에서 지역 이름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네이밍 정치’가 번지고 있다. 적성 국가 대사관이 위치한 거리에 상대가 껄끄러워하는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다.

작명 외교 신경전이 가장 치열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의 주러 미국 대사관 앞 도로를 ‘북미의 막다른 골목(North American Dead End)’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미국의 위상을 비꼰 표현으로 읽힌다. 극우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 한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공론화가 됐다.

이는 지난달 미국이 워싱턴의 주미 러시아 대사관 앞 도로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보리스 넴초프’라고 바꾸기로 결정한 데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 당시 워싱턴DC 시 의회는 관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살해된 민주주의 활동가를 추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넴초프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비판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다 2015년 괴한이 쏜 총에 숨진 인물이다. 러시아에선 정치적으로 살해당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러시아는 당시 “미국의 비열한 내정간섭”이란 반발한 바 있다.

공교롭게 이날 터키도 작명 외교를 선보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터키 수도 앙카라 시는 터키 주재 미국 대사관이 위치한 거리 이름을 ‘올리브 가지’로 변경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는 역설적이지만 시리아 쿠르드족을 겨냥한 터키의 군사 작전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군사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이자, 쿠르드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다.

터키는 지난달에는 카타르 단교 사태를 계기로 멀어진 아랍에미리트(UAE)의 앙카라 주재 대사관 앞 도로명도 변경했다. UAE 외교장관이 오토만 제국 시절 이슬람의 성지인 메디나를 통치했던 터키의 영웅 파레딘 파샤를 모함하자, UAE 대사관 거리 이름을 ‘파레딘 파샤’로 아예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강윤주 기자 kkang@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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