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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철표 한 장 들고 봄내음 맡으러 소풍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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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철표 한 장 들고 봄내음 맡으러 소풍 떠나볼까

입력
2008.03.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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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을 이번 주‘토일엔터’ 주제로 잡고 취재를 나선 12일. 공교롭게도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은주를 기록한 날이었습니다. 20도를 넘는 낮 기온 때문에 연방 땀을 훔쳐야 했습니다. 가방은 무겁게만 느껴지고 두꺼운 옷은 거추장스러울 정도였죠. 그렇게 몸은 힘들었지만 어느새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면서“봄나들이를 주제로 정하길 정말 잘했구나”하는 생각에, 금세 두 다리가 가벼워졌습니다. 만물이 기지개를 펴고 행동을 개시하는 요즘, 함께 야외로 나가자고 유혹해 보려 합니다. 올해는 평년보다 벚꽃의 개화시기도 훨씬 앞당겨졌다고 하네요. 피크닉 계획을 본격적으로 짜더라도 서두르는 건 아니겠죠? 피크닉을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연상되시나요. 푸른 풀밭에 아주‘클래~식’한 분위기의 자리를 펴고 드러누워 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며 분위기 있게 와인잔을 기울이는 풍경인가요? 그럼요. 피크닉이라고다피크닉인가요.

그 정도는 되어야죠. 하지만‘그림이 좀 되는’ 피크닉을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소도 마땅치 않다는 생각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 힘드시다고요? 그렇다면 전철 노선 따라 교통카드 한 장으로 떠나는 피크닉은 어떨까요. 8개의 전철 노선과 중앙선, 분당선, 일산선 등 여러 지선들이 거미줄처럼 서울과 수도권의 피크닉 명소들을 연결하고 있으니, 잘만 계획하면 경제적이고도 품격 있는 봄소풍을 즐기기에 딱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수도권의 전철역 인근 피크닉 명소 6곳을 골라 직접 답사해 봤습니다. 역에서 내려 걸어서 갈 수 있고, 가족 연인과 함께‘우아한’ 한나절 피크닉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으로요. 알고 가면 더 좋은 피크닉팁 도 함께 알려드립니다.

● 서울·수도권 한나절 즐길 만한 명소 6곳

■ 소요산

서울에서 소요산까지, 자동차와 전철을 이용할 때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면 딱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습니다. 서울에서 소요산까지 거리는 40~50km밖에 되지 않지만 의정부, 양주를 지나 소요산 앞을 지나는 3번 국도는 주말이면 행락 차량들로 북새통입니다.

아이들의 짜증에 운전하던 남편은 “조금만 빨리 나왔으면 덜 막히지 않았겠느냐”며 도화선에 불을 댕기고, 아내는 드디어 폭발하죠. 흔히 볼 수 있는 나들이 풍경입니다. 이쯤 되면 나들이가 아니라 전쟁이죠. 자동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할 때, 우리의 철마는 유유히 1호선 소요산역을 향해 질주합니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처럼 말이죠.

역에서 내려 소요산 입구 매표소까지는 1,300m 거리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의 풍광을 즐기며 걸어도 15분이면 닿을 수 있죠. 매표소에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원효폭포 앞에 너른 공터가 있습니다. 도시락을 먹으며 느긋하게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죠. 원효폭포 바로 앞에서 시작하는 계단을 몇 분만 올라가면 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좀더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선 김에 산을 탈 수도 있습니다. 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선녀탕을 돌아 내려오는 1시간 30분(5.7km) 코스와 상백운대, 칼바위를 찍고 내려오는 3시간(6.9km) 코스, 소요산 정상인 의상대(해발 587m)까지 오르는 4시간(8.2km) 코스 등이 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초등학생 650원이랍니다.

■ 아차산생태공원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어린이대공원, 풍광이 아름다운 워커힐길과 연결되어 있어 피크닉은 물론 가벼운 등산과 위락시설 이용까지 함께 묶을 수 있어서 선정했습니다.

아차산생태공원에 가려면 5호선 광나루역이나 아차산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만약 어린이대공원과 함께 돌아볼 게 아니라면 아차산역보다 광나루역을 이용하는 게 좋죠. 도보로 10분 정도 덜 걸리기 때문입니다. 광나루역 1번 출구로 나가서 30m 정도 걸어가면 생태공원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 나오는 굴다리를 지나 워커힐길 쪽으로 걷거나 광장중학교 옆 아차산오솔길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15분 걸립니다. 공원은 나무계단과 흙길로 이뤄져 유모차는 이용하기 힘듭니다. 불필요한 짐은 지하철역 사물함에 맡겨놓고 가세요.

아차산생태공원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발견될 정도로 자연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이런 데가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 서울숲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습니다.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이면 서울숲 입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115만㎡에 펼쳐진 공원은 보고 즐길 것들로 가득 차 있죠.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수변 휴게실, 거울 연못, 가족마당, 숲 속 놀이터 등은 서울숲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르고 지나쳤던 나머지 절반에도 볼거리가 그득합니다.

입구의 군마상, 바닥 분수를 지나 수변 휴게실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환경놀이터, 야외 자연교실, 습지 초화원이 볼만합니다. 수변 휴게실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바람의 언덕이 펼쳐집니다. 사슴과 고라니, 토끼가 뛰노는 생태숲을 내려다보며 보행전망교를 건너면 한강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 공원까지 갈 수 있답니다.

서울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해볼 만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가족 생태 나들이 프로그램, 오후 3시부터는 곤충교실이 열립니다. 둘째, 넷째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서울숲에 사는 새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열립니다. 예약이 필수, 프로그램 안내와 예약은 홈페이지(parks.seoul.go.kr/seoulforest)에서 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나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은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20분 거리로 가깝고, 서울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며, 서울에서 보기 힘든 넓은 초지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쓰레기처리장으로 버려졌던 땅이 다시 인간에게 없어선 안될 녹지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느껴질 정도랍니다.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큰길 우측으로 하늘공원이 보입니다. 하늘공원의 시작은 지그재그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한걸음씩 걸으며 뒤를 돌아보면 한눈에 한강의 전경이 들어옵니다. 계단참에서 포즈를 취하면 어디서나 근사한 배경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죠.

10여분 계단을 오르면 그림 같은 초지가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는 물론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정자들이 피크닉의 운치를 살려줍니다. 이곳에는 환경 보존을 위해 식ㆍ음료?파는 시설이 없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음료수를 미리 준비해가야 하는 만큼, 폼 나는 피크닉가방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5개의 풍력발전기는 낙조와 절묘하게 어울려 사진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느긋하게 공원 옆 수산물도매상가와 대형마트에서 식사나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 홍릉수목원

자목련 그늘에 엎드려 초속 5㎝로 낙하하는 벚꽃을 바라보는 숲 속의 오후. 일본 규슈에서나 가능한 호사 같다구요? 아닙니다. 6호선 고려대역에 내려 10분만 걸어보세요. 거기 있습니다. 나무 가득한 숲이.

홍릉수목원은 1922년에 개원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목원입니다. 헌데 아는 이는 드물지요. 울창한 아름드리숲은 아니지만 봄의 연둣빛에 젖기에는 넉넉한 푸르름입니다. 활엽수원, 습지원, 관목원 등 생긴 모습대로 풀과 나무를 모아 둔 둔덕과 늪도 있습니다.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쉬기 좋은 곳입니다.

봄이니 이런 녀석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네요. 금어초, 진달래, 데이지, 개나리, 수선화, 꿩의바람꽃, 큰구슬붕이, 해당화…. 그냥 하루쯤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싶은 분들은 6호선을 타세요. 참, 이곳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시설이라 일요일에만 일반에 개방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없습니다.

■ 서삼릉

연인과 함께 호젓하게, 또는 홀로 허허로운 마음으로 시골길을 걷고 싶다면 3호선 삼송역에 내려 보세요. 가는 곳은 서삼릉. 조금 멉니다. 마을버스를 타면 금방이지만, 걸어서 가면 느긋한 걸음으로 한 시간 가량 걸리지요. 되도록 걷기를 추천합니다. 봄의 벅차오르는, 혹 쓸쓸한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숨결은 이 길에 있습니다.

농협대학을 돌아 종마목장을 거쳐 왕릉으로 향하는 길은 1980년대 하이틴 영화에서 보던 수채화 같은 풍경입니다. 소나무와 왕벚나무, 포플러, 은사시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새봄의 설렘 속으로, 아련한 추억 속으로 걸어보세요. 이마에 땀이 배면, 아무 곳에나 앉아 차 한 잔도 좋습니다.

종마목장이 생긴 뒤 소문이 난 탓에 휴일 낮에는 적잖은 인파로 북적입니다. 호젓함을 원한다면 이른 시간이 좋습니다. 가장 멋드러진 시간은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 시리도록 투명한 아침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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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크닉, 도시락은 간단하게… 필수품은 꼼꼼히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상을 잠시 잊고 떠나기로 한 피크닉, 준비하는 데서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안 되겠죠. 피크닉은 떠날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즐거워야 합니다.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피크닉 준비, 알아봅니다.

■ 도시락

간단한 도시락이 좋습니다. 새벽부터 김밥을 말거나 각종 반찬을 만든다고 진 빼지 말아야죠. 먹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 만큼 수고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 남은 밥과 반찬을 싸 가거나 김밥가게, 식품매장을 활용해서 간단한 도시락으로 채우세요. 찬합에 가득 채워 가서 맛있게 먹고 오는 것도 좋지만, 다시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차라리 간단한 도시락에 토마토, 딸기 등 과일을 가져가는 것이 더 낫습니다. 포장은 간단히. 명심하세요.

■ 음료

피크닉 가기 전날 생수 한두 병을 얼려 놓으세요. 야외에서 갈증을 풀기에도 안성맞춤이지만 간단히 손을 씻어야 할 때도 좋습니다. 연인 혹은 부부끼리 분위기를 잡으려면 와인이나 샴페인을 준비하면 센스 만점. 깨지지 않게 들고 갈 수만 있다면 유리잔이 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 매트리스

잔디밭에 앉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죠. 신문지를 깔고 앉는 것처럼 분위기 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가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얇고 화려한 천을 깔고 앉거나 누워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역시 금물입니다. 땅의 습기가 천에 베 맨땅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반짝거리는 은박 매트리스나 비닐로 된 소재가 소풍엔 제격이죠.

■ 바구니

소풍용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바구니를 이용해 보세요. 여기에 각종 준비물을 차곡차곡 넣는 것만으로도 분위기 ‘업’ 됩니다. 피크닉 가는 기분이 나죠. 배낭에 넣을 때보다 김밥이나 팩 등이 터질 위험이 적고 그릇도 쏟아지지 않아 좋습니다. 단 이동이 편리하거나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곳에만 적합합니다.

■ 따개

병따개와 캔따개, 와인 오프너는 꼭 챙겨야 합니다. 와인을 마시려다 마개를 못 따 분위기를 망치거나, 애들을 위해 통조림을 사 놓고 못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크닉 기분 망치고 돌아올 때는 은근히 화가 납니다.

■ 기타

옷차림은 가볍게 하되 갑작스러운 봄날씨 변화에 대비해서 여벌의 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일을 가져갈 때는 키위나 참외 등 깎아서 먹어야 하는 것은 피하세요. 야외에서까지 칼을 드는 모습도 그렇지만 쓰레기가 처치 곤란일 수 있습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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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치기 아까운 나들이 장소

■ 봉화산

6호선 봉화산역 3번 출구로 나가 홈플러스 사거리에서 오른쪽 봉수길을 따라 막다른 삼거리까지 10분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산책로 입구가 있습니다. 해발 138m의 봉화대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그다지 힘이 들지 않습니다. 왕복 1시간 내외입니다. 산책로가 9개나 있어 표지판을 잘 보고 내려오지 않으면 생판 모르는 곳으로 하산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정약용 생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다산 생가와 묘를 둘러본 후 선생의 글과 발명품이 전시된 기념관에도 들러보세요. 전철 중앙선 팔당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8번, 2228번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다산유적지 앞’ 정류장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숲길을 따라 도보로 20분을 더 갑니다. 3~10월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닫고, 겨울에는 1시간 이른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답니다. 입장료는 무료.

■ 서울경마공원

축구장이나 록콘서트 공연장보다 더 큰 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경마장입니다. 지축을 울리며 질주하는 말과 파도 같은 함성은 일상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줍니다. 넓은 잔디밭과 시원한 분수,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쾌적한 공원시설도 잘 갖춰져 있죠. 4호선 경마공원역에 내리시면 됩니다. 입장료는 경마가 열리는 날은 800원, 열리지 않는 날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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