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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이 중국 항구서 발 묶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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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이 중국 항구서 발 묶인 이유는?

입력
2018.05.28 17: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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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줄리 비숍(오른쪽부터) 호주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지켜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줄리 비숍(오른쪽부터) 호주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지켜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호주산 와인이 중국 세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항구에 쌓이고 있다. 외신들은 호주에서 연일 계속되는 중국의 정치개입 논란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호주산 수입품을 깐깐하게 검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를 연상케 한다.

호주 와인 제조사 트레저리와인에스테이츠의 마이클 클라크 최고경영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 와인 상자가 중국 세관당국이 4월부터 도입한 새로운 검인증 과정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와인뿐 아니라 호주의 여러 회사와 산업이 새 장애물에 걸렸다”며 “유일한 공통점은 모두 호주산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호주를 겨냥한 무역제재를 실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 때와 마찬가지로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언론은 호주에서 진행된 중국의 국내정치 개입 논란에 불편함을 내보였던 중국이 호주를 겨냥해 무역보복을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해 12월 해외 기관의 국내 정치 후원, 호주 민주정치 개입 행위 등을 불법화하는 입법을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호주 정치권의 발언이 쏟아졌다. 호주 ABC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 코너스’는 중국계 호주인들의 대대적인 로비 행태에 대해 폭로했고, 던컨 루이스 호주보안정보국(ASIO) 국장은 “중국을 대변하는 정치후원자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해 12월 급기야 잰 애덤스 주중 호주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대치가 길어질수록 아쉬운 것은 호주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호주와 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약 1,750억호주달러(140조원)로 같은 기간 미국ㆍ호주 교역규모의 3배에 육박하고 전체 호주 교역의 25%를 차지한다. 와인만 놓고 봐도 중국이 호주산 와인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3월에서 올해 3월까지 중국의 호주와인 수입총액은 10억 호주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호중관계의 난맥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 도중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따로 만나 무역문제를 제기했다. 회담을 마친 후에는 “우호적인 분위기로 회담이 진행됐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차가웠다. 왕 부장은 이 회담을 “공식적 양자 회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비숍 장관이 왕이 장관에게 “호주 언론 매체의 부정적 보도로 양국관계가 악화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돼 호주 내부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 전문가인 피터 드라이스데일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는 WSJ에 “호주와 중국간 분쟁은 일상적 수준을 넘어선 상태로, 턴불 총리와 비숍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를 통제하지 못했고 지정학적 압력 때문에 호주의 국익을 분명히 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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