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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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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화 정치

입력
2018.02.04 16: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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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화 관람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정치'에 재미를 들인 것은 2014년 하반기부터다. 이즈음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작성ㆍ실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해 8월 '명량'을 보고 "민관군이 한 마음이 돼 국가위기를 극복한 정신"을 강조한 그는 이듬해 초 '국제시장'을 찾았다. 부부싸움 중 애국가가 나오자 국기배례 장면이 인상 깊었던 그는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가 가사를 즐겨 인용했다. 그 수하들은 블랙리스트로 답했던 시절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관람한 영화는 3편이다.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눈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새롭게 조명한 '택시운전사'에 꽂힌 게 지난해 8월이고,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여성 문제를 색다르게 천착한 '미씽 : 사라진 여자'에 빠졌다. 문대통령이 재미와 감동, 메시지를 모두 겸비한 영화로 꼽은 것은 12월 개봉된 '1987'이다. 그 격한 감흥은 "택시운전사의 5ㆍ18이 1987의 6월 항쟁으로, 마침내 촛불혁명으로 완성됐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고 하지만, 역사는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하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됐다.

▦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얘기의 주인공을 즐기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영국배우 게리 올드먼의 연기가 빛난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를 보고 느낀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협상을 주장하는 전 수상 챔벌레인과 외상 핼리팩스에 맞서 전시 내각을 이끌면서 영국을 지키는 처칠의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상을 봤다"는 그는 "북의 위장 평화공세에 넘어가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꼭 봐야할 영화"라고 꼬집었다.

▦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독일군의 파죽지세에 밀려 영국군을 포함한 40만명의 연합군이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됐을 때 총리에 취임한 윈스턴 처칠이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는 결사항전 의지로 협상파를 누르고 구출작전을 펴는 얘기를 그렸다. 그런데 외국 평단의 호평과 달리 국내 흥행은 저조했다. 홍 대표가 "지도자의 냉철한 판단과 결기가 나치로부터 영국을 지켜내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왜 상영관들로부터 외면받는지 알 수 있었다"고 비튼 이유다. 이게 영화의 메시지를 읽는 그의 수준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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