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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보수단체 “백남기씨 사망할 줄 알면서 치료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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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보수단체 “백남기씨 사망할 줄 알면서 치료 거부”

입력
2016.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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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119명 “부검은 위법” 성명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백남기씨의 부검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틈을 타 백씨 유족을 향한 일부 단체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이 유족과 지원단체들을 ‘종북 세력’으로 폄하하는 등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이념 공세를 펴면서, 보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로운시민행동 등 50여개 보수단체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 사망에 물대포 희생설, 신원미상인 폭행설, 지병설 등이 대두되고 있다”며 백씨 피살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백씨 죽음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규명해 달라는 명분이지만 “북한에 다녀온 일부 세력이 폭동을 일으켰고 그 와중에 백씨가 쓰러졌다” “또 다른 폭동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백씨를) 때린 것 아닌가” 등 고인과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전날에는 한 보수단체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남기 자식들은 아버지가 적극적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치료를 거부했다”며 ‘부작위(마땅히 할 일을 일부러 안 했다는 뜻)에 의한 살인’ 혐의로 유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망언을 퍼붓기도 했다.

유족 측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씨 부인 박경숙씨는 “몇몇 의료진은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으나 남편이 버텨줄 때까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연명치료를 했고 그렇게 300일을 넘게 기다렸던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27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규탄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규탄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수단체 공세에 진보 측도 강하게 맞설 태세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12일 백씨 사망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집회를 열겠다. 지난해보다 많은 20만여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공언해 벌써부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당국이 사건 발생 당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하는 등 봉합 노력을 했더라면 이분법적 보혁 갈등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양측의 다툼을 이용해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119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주치의 주장대로 백씨가 적극적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볼 때 물대포 직사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며 “유족 동의 없는 부검영장 강제집행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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