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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등록 : 2017.09.26 15:36
수정 : 2017.09.26 15:58

북한 영공 밖 B-1B 위협, 자위권 행사할 수 있나

등록 : 2017.09.26 15:36
수정 : 2017.09.26 15:58

위협 임박하면 ‘선제적 자위권’ 인정 가능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치기에 앞서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군제공

북한이 영공 밖에서 미국 전략폭격기를 공격하면 자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미 B-1B가 23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국제공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인데 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자위권 행사로 엄포를 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엔 헌장 51조는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자위권을 허용한다. 미 B-1B가 북한 영공을 고의로 침범하면 북한이 자위권을 발동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B-1B가 북한 영공에서 300㎞ 가량 떨어진 상공을 날아다녔고, 북한 영토를 향해 아무런 위협행위를 하지 않은 만큼 무력으로 대응한다면 자위권이 아닌 군사도발에 해당한다. 미국의 응징보복은 물론이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 군도 대북 타격에 나서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물론 유엔 안보리가 승인(유엔 헌장 42조)하면 북한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선제적 자위권은 사정이 다르다. 유엔은 2004년 고위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무력공격의 위협이 임박하고, 위협을 피할 다른 방안이 없는 경우 비례성의 요건에 따라 선제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가 건설하던 오시라크 핵발전소를 타격할 때도 유엔 회원국들은 선제적 자위권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26일 “임박성과 비례성의 요건만 갖추면 당하기 전에 먼저 때리는 선제적 자위권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B-1B가 이번과 달리 북한 영공으로 접근하면서 타격무기로 위협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B-1B는 동체 내ㆍ외부에 정밀유도무기와 재래식 폭탄 60톤을 실을 수 있고, 냉전시절에는 핵폭탄도 장착한 ‘날아다니는 무기고’다. 완전 무장한 B-1B가 북한 영공 근처를 오간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숨통을 죄는 상당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B-1B의 출격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경우 선제적 자위권을 주장할 여지가 남아있다.

다만 B-1B의 무력시위가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기 위한 간헐적 충격요법에 그친다면 북한이 자위권으로 맞서는 건 억지다. 과거 이스라엘의 선제적 자위권 발동 사례에서도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증거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고 한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상대의 위협이 단발성이 아닌 계속적인 사실이어야 선제적 자위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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