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복날 삼계탕 ‘영계’에 집착해야 할까

입력
2017.08.07 20:35
0 0

속성으로 키워 잡아 맛 떨어져

여름엔 황기 들어간 삼계탕 제격

‘이열치열’ 잘못하면 건강에 해로워

삼계탕에 쓰이는 ‘영계’는 살에 탄력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여름철에는 더운 성질을 가진 인삼과 마늘 대신 황기가 든 삼계탕을 먹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삼계탕에 쓰이는 ‘영계’는 살에 탄력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여름철에는 더운 성질을 가진 인삼과 마늘 대신 황기가 든 삼계탕을 먹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음식이 그렇듯 복날 즐겨먹는 삼계탕도 알고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

삼계탕에 쓰이는 닭은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인 ‘영계’다. 크기가 500~600g 정도라 복날 닭 한 마리를 먹어야 보양을 했다고 여기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이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다.

영계는 27일 정도 키운 후 도축된다. 속성으로 키운 닭이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지희 요리연구가(한국약선요리협회 전문위원)는 “영계는 크기가 작아 조리시간이 짧고 살이 부드러워 먹기에는 좋지만 살에 탄력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한식요리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삼계탕은 고기 맛이 아니라 소금 맛으로 먹는 것”이라며 “인삼, 찹쌀, 대추 등 부재료들이 맛을 보충해서 그렇지 닭 맛은 형편없다”고 전했다.

삼계탕은 인삼 황기 대추 찹쌀 마늘 등 몸에 좋은 재료가 들어있지만 사실 영양학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은 음식이다. 김영성 신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철에는 삼계탕보다 초계탕을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철에 맞게 삼계탕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 요리연구가는 “황기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기운을 보하는 약재”라며 “여름철에는 기를 위로 올려 땀을 멈추게 하는 황기가 들어있는 삼계탕이 좋다”고 말했다. 황 요리연구가는 “인삼은 원기회복 등에 효과가 있지만 마늘과 함께 먹으면 더위를 더 탈 수 있어 겨울에 먹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영계보다 영양과 맛이 풍부한 토종닭으로 삼계탕을 해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종자를 보관하는 있는 토종닭을 연구ㆍ분석한 결과, 토종닭은 일반 닭에 비해 고기 맛을 좋게 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해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삼계탕은 한방에서 ‘열(熱)’을 열로 치료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치료법이 가미된 대표적 음식이다. 하지만 ‘황제내경’ 등 한방의학서에 따르면 열증에 뜨거운 약을 쓰는 ‘이열치열’치료를 ‘정치(正治)’ 가 아닌 ‘반치(反治)’라 했다.

한동하 원장(한동하 한의원) “삼계탕은 평소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적합한 음식”이라며 “평소 비만하고 열이 많은 사람은 복날 삼계탕을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몸도 허하지 않은데 여름에 이열치열을 한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삼계탕을 먹는 것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데 소주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복날이면 닭 한 마리를 먹어야 한다는 보양문화 개선도 필요하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과거 농촌에서는 봄에 부하된 병아리를 복날까지 키웠는데 그 닭이 ‘연계(軟鷄)’라며 ”맛도 영양가도 떨어지는 영계에 집착하지 말고 살이 부드러운 ‘연계(軟鷄)’를 서로 나눠먹는 건강한 보양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