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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한일 문제 짚고 넘어갈 건 짚고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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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한일 문제 짚고 넘어갈 건 짚고가야"

입력
2017.06.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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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왼쪽부터), 김수안, 류승완 감독, 배우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배우 황정민(왼쪽부터), 김수안, 류승완 감독, 배우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영화 ‘군함도’(7월 개봉)는 한 장의 항공사진에서 시작됐다.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18㎞ 떨어진 인공섬. 모양이 일본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였다. 하늘에서 바라본 군함도의 “기괴한 이미지에 압도 당한” 류승완 감독은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품었고 영화화를 구상했다. 영화 ‘베테랑’(2015)을 만들기 이전인 2012년부터였다.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군함도’ 제작발표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 뒤부터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며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섬 전체가 탄광인 군함도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소개돼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도 보상도 없이 자국 근대화를 상징하는 산업시설로 홍보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시에 약속했던 강제 노역 사실 인정과 희생자 추모 센터 설치 등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군함도’는 이런 역사적 배경을 소재로 삼는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지옥섬으로 끌려온 조선인 400여명이 목숨을 걸고 섬을 집단 탈출하는 이야기다.

시대 배경과 공간 설정은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에 가깝게 고증했다. 류 감독은 “조선인들의 탈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며 “영화의 캐릭터와 줄거리는 창작이지만 실제 가능할 법한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 군함도의 3분의 2 크기로 세트를 지었다. 류 감독은 “군함도 현장 취재를 다녀오니 어떻게든 실제 모습을 재현해야 했다. 내가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배우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가짜가 될 것 같았다. 배우들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트장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있었지만 밤에 폭파 장면을 촬영해도 항의하는 주민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춘천시민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류승완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류승완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한일 양국의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역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극우 언론들이 ‘군함도’가 날조된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아사히신문과 후지TV 등 일부 일본 언론도 참석해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내비쳤다. 아사히신문 기자는 “이 영화가 한일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류 감독은 “지금의 우려는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불식될 거라 본다”고 단언하며 “그럼에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해결할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극단적인 민족주의나 이른바 ‘국뽕’ 감성팔이에 의존한 영화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화 외적인 문제는 영화와 관계 없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며 “극장에서는 특별하고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엔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이 출연한다. 배우들은 영화의 의미에 주목했다. 황정민은 “이렇게 큰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한 류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류 감독을 치켜세웠다. ‘군함도’의 순수 제작비만도 220억원이다. 송중기는 “군함도를 잘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공부를 많이 했다”며 “캐릭터보다 소재가 주는 압박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이정현은 “연기를 하면서 매 순간 슬펐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소지섭도 “어떻게 하면 공감 어리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손목에 ‘군함도를 잊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착용하고 자리에 섰다. 가슴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배지도 달아 눈길을 끌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들이 평화의 소녀상 배지를 착용한 모습. 최지이 인턴기자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들이 평화의 소녀상 배지를 착용한 모습. 최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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