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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주한외교단 메르스 설명회, 씁쓸한 까닭은

입력
2015.06.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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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대사관의 한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현황과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에 대한 브리핑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고 있다. 이 브리핑에는 78개국의 주한 대사관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민간 감염전문의가 참석해 한국의 메르스 대응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주한 외국대사관의 한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현황과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에 대한 브리핑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고 있다. 이 브리핑에는 78개국의 주한 대사관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민간 감염전문의가 참석해 한국의 메르스 대응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국내에 주재하는 외교단을 초청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주한 외교단 전체를 상대로 공식적인 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날로부터는 19일 만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설명회 개최 배경에 대해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있고 외국인 관광객 감소 및 국가 이미지 하락과 연관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면서 "몇몇 대사관의 요청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나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설명입니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에 주재하는 110개 공관과 20개 국제기구 가운데 79개 공관과 7개 기구 대표가 참석할 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습니다. 이기철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모두발언에서 "저도 과거에는 메르스에 걱정이 많았지만 질병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한국과 미국, 네덜란드가 진행한 샘플 분석 결과를 접하면서 이런 걱정이 대부분 오해에 비롯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메르스에 대한 사실과 오해의 세부 사항을 전문가들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메르스를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 이 질병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각국 외교단의 반응은 외교부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각국 외교관들은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 이 대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엄중식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과장 등 설명회에 참석한 외교, 보건당국 관계자에게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며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2시간에 걸친 질의 응답에선 "메르스의 빠른 확산이 '공기 중 감염'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 "에어컨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 등 구체적인 정보를 묻는 것도 있었지만, "경보 수준을 왜 '주의'로 유지하고 있느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어떤 의미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다"는 문제 제기성 질문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메르스 '핫라인'을 개설해달라" "국문이 아닌 영문 자료를 제공해달라"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 요청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메르스 사태로 인한 걱정과 불안감이 컸다는 방증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회가 종료된 후 "주한 외교단이 아주 만족해했고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후하게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외교관 중 일부는 '설명회가 너무 늦게 잡힌 것 아니냐'며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 주요국 외교관은 "열흘 전쯤 메르스 의심환자 중에 외국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한국 정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병원도 인터넷에서는 이미 다 돌고 있는데 한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주한 외교관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나마 설명회 전날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을 발표하고 '지역감염은 없다' 등 핵심 정보를 공개한 점이 외교부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건 당국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알맹이가 있는 외교부 설명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설명회는 정보 제공 자체뿐 아니라 한국 관광산업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기철 대사가 "지난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WHO는 한국으로의 어떤 여행제한 조치도 권고하고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 강조한 대목이 그렇습니다. 외교부는 설명회 초청장을 지난주 금요일(5일) 발송했다고 하는데요, 만약 7일 정부의 발표가 없었다면 이날 설명회는 "정보도 제대로 공개 안 하면서 관광 운운이 웬말이냐"는 대규모 성토장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늦긴 했지만 세계 각 나라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에게 한국 정부의 메르스 대처 노력을 이해시켰다는 것만으로도 평가는 받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탓은 아니라 해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3주 가까이나 돼서야 정부가 세계 각 국을 상대로 메르스 관련 설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뒷북 대처란 씁쓸한 맛도 남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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