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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커피향에 취해가는 ‘차’의 나라

입력
2017.09.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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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직장인 등 입맛도 고급화

점심값 18위안에 커피값 20위안

소비 증가율 연평균 15% 안팎

상하이 커피점 수 뉴욕 2배

삼국지 유적이 남아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금리거리에 당시 건물풍을 재연한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차이나
삼국지 유적이 남아있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금리거리에 당시 건물풍을 재연한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차이나

리서치 회사 ‘마이코스’에 따르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중국 대도시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 비용은 18위안(약 3,100원)이다. 지난 1~2년 새 중국에서도 점심식사 후 커피를 손에 들고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들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 이들이 스타벅스나 만카페 등에서 카페라테나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비용은 20위안(약 3,400원)을 훌쩍 넘는다.

차(茶)의 나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이제는 커피향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 서방국가들과의 교류 증가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커피와 카페문화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커피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2%인데 비해 중국은 15% 안팎이나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세계 커피시장의 미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커피산업의 주소비층인 80년대 이후 출생자는 4억명이 넘고, 이 중 중산층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10년 후엔 매일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최소 3억명 이상일 것이란 추산까지 나온 상태다.

실제 런던 국제커피조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커피시장 규모는 700억위안(약 12조1,800억원)이다. 미국의 3조위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지만 2014년에 비해선 2배나 커진 수치다. 중국의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은 4.8잔으로 세계 평균 240잔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1선 도시들에선 20잔까지 올라섰다. 2015년 1만여개였던 중국 내 커피전문점 수가 지난해 말엔 10만개를 넘어섰으니 그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차(茶) 산지로 유명한 윈난(雲南)지역은 10여년 전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고급 아라비카 원두 생산지로 이름을 날리는 등 커피산업 발전의 토대는 무궁무진하다.

반만년 가까이 차(茶) 문화를 발전시켜온 나라답게 중국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은 고급지향적이다. 커피를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데 기여한 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믹스커피나 인스턴트커피였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성장세를 견인하는 건 원두커피다. 커피정보 제공업체 카먼(咖門)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커피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인은 맛과 품질(72%)이었고 가격(2%)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성공한 외국계 커피업체들이 하나같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1999년 ‘미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가 15년 넘게 지리멸렬했던 스타벅스가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1.2개의 매장을 냈을 만큼 자리를 잡은 과정이 단적인 예다. 삼국지 주요인물을 상징하는 건물을 재연해 매장을 열거나 과거 중국 왕조의 양식을 살린 로고를 사용했고, 단맛과 팥ㆍ젤리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을 신메뉴에 반영했다.

지난해 말 상하이의 커피전문점 수는 6,000개에 육박해 이미 뉴욕의 2배를 넘어섰다. 2000년대 중후반 중국인들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가격 하락세가 꺾였을 당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특정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은 이제 서구 문화의 대표격으로 꼽혔던 커피산업에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 됐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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