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남북관계 관련 사안" 여야 질의에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하루 앞두고 2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 대한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전단 살포 규제에 대한 류 장관의 애매모호한 답변 태도를 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졌고 ‘주사급 장관’이란 비아냥까지 나왔다. 류 장관은 국감 내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류 장관은 이날 전단 살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전단 살포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기본 원칙과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파주경찰서는 살포를 막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중앙정부와 현지 경찰의 입장이 다른 것이냐”며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대북전단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소신 있게 밝히는 등 책임 있는 답변을 해달라”며 “하나마나한 원론적인 답변을 국회의원들이 듣고 있어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웠던 류 장관은 “(전단 살포는) 법적 차원보다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남북관계가 좋으면 이런 행위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이에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민간단체가 내일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하는데 장관은 오늘까지 애매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제가 총리할 때 장관이 그런 애매한 소리를 하면 바로 해임건의안을 낸다. 이럴 거면 학교로 돌아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통일부가 통일정책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류 장관이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답하자, “애기봉 등탑은 대북 심리전의 상징인데 그렇게 답변하는 게 맞느냐,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은 “오늘 장관의 답변 자세를 보면 주사급 장관”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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