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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갈등 인성(HCP), 민원처리 업무의 최대 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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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갈등 인성(HCP), 민원처리 업무의 최대 난적

입력
2017.03.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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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탓할 때 마음 편해져

본능적으로 비난 대상 물색

미국인 약 15%가 HCP 성향

연구소 만들어 대응책 논의

민원인 중에는 불가능한 요구를 반복하거나 폭언, 폭력, 기물파손, 중상해, 협박 등을 동원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고도의 갈등적 인성(High Conflict Personality)’으로 분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원인 중에는 불가능한 요구를 반복하거나 폭언, 폭력, 기물파손, 중상해, 협박 등을 동원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고도의 갈등적 인성(High Conflict Personality)’으로 분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뿔난 민원인'을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무성의한 기관의 대응, 엇갈리는 설명과 변명, 제도의 미비, 의사소통 오류, 기대심리를 배반하는 허무한 결과 등. 그런가 하면 민원인에 내재된 원인도 있다. 불가능한 요구를 비상식적으로 반복하거나 폭언, 폭력, 기물파손, 중상해, 협박 등을 동원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고도의 갈등적 인성(High Conflict Personalityㆍ이하 HCP)’으로 분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속적, 반복적 민원’을 기관과 개인의 법적 분쟁으로 해석하는 맥락이 강해, 변호사들이 나서 분쟁을 풀기 위해 민원인의 성향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민간기관인 고도갈등연구소(High Conflict Institute)의 빌 에디 변호사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놓인 분쟁이나 가족갈등, 사내갈등 등의 근저에 HCP가 있다”고 본다.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그는 분쟁 조정과 임상 경험을 토대로 미국인의 약 15%가 HCP 성향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HCP가 엿보이는 행동 징후는 ▦자신이 원하는 특정 해결책 외에는 모두 소용이 없다고 주장하거나(흑백논리) ▦이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견해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거나(불안) ▦고성, 폭언, 폭력을 쓰거나(극단행동) ▦사실과 다른 근거로 타인을 비난하는 경우(책임전가) 등이다. 그는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주로 남 탓을 할 때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비난의 대상을 찾는다”며 “전적으로 상대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일수록 HCP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민원에 어떻게 대응해야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까. CARS 원칙이 그 해결책으로 대두된다. 일단 공감하며 요구사항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고(Connecting),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고(Analyzing), 잘못된 정보에는 명료하게 반박하되(Responding), 폭력 등 부적절한 행동에는 단호한 법적 조치로 선을 그어(Setting limits) 극단으로 상승하는 행동을 단계별로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바쁘거나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1단계인 경청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깊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이뤄진 특별민원, 특이민원 연구들도 HCP 개념을 참고하지만, 공공연히 거론되는 일은 드물다. 정부가 민원인을 ‘문제적 성격’이나 블랙컨슈머로 간주하는 것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대학 연구진은 “과거 독재나 부당한 행정권의 영향이 강했던 우리의 경우 민원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최선의 해법은 아닐 수 있다”며 “극단행동이 선량한 민원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자리 잡힌 뒤 문제를 차근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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