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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자기복제하는 유전자의 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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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자기복제하는 유전자의 대리인이다

입력
2017.05.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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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자기복제를 꿈꾸는 유전자의 대리인으로 의사결정 기능을 맡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능은 자기복제를 꿈꾸는 유전자의 대리인으로 의사결정 기능을 맡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00년대 초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는 파리시 당국으로부터 아이들의 학업 수행 적합성을 예측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시어도어 시몽과 함께 ‘비네-시몽 지능 조사법’을 만들었다. 이 측정 방법은 ‘지능지수(Intelligent-Quotient)’ 측정의 시초였는데, 당시 교사의 학생 평가와 높은 정도로 일치해 그 적정성을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확산된다.

비네 테스트에서 시작된 지능지수의 한계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 특히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IQ는 같은 연령의 다른 이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지적 능력을 수치화한 것에 불과하며, 게다가 논리력과 언어능력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학습능력에 치중한 기존의 이론을 뛰어넘는 다중 지능 이론을 내놓는다. 그는 ‘다중 지능’이란 제목의 저서에서 지능이란 “특정 문화나 사회 속에서 어떤 상징도구를 활용하여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업적을 산출하는 능력을 말하며, 여기에는 다양한 개인차가 수반되는데, 이는 종래의 IQ와는 아주 다른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다중지능이란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 8개 항목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항목 모두를 지능으로 봐야 할 지 적성으로 봐야 할 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예일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이대열 교수는 신간 ‘지능의 탄생’에서 기존 학자들이 지능을 학습 능력 내지 문제해결 능력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능을 ‘의사결정 능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사결정 능력이란 “단순히 수학적인 또는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지능을 가진 주체에게 가장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여러 행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의사결정은 매우 복잡한 요소와 변수 사이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므로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선다.

지능의 탄생

이대열 지음

바다출판사 발행ㆍ320쪽ㆍ1만8,000원

지능을 의사결정 능력으로 보게 되면서 주체의 선호도가 중요한 전제가 되고, 주체의 선호도는 경제학의 효용이론 도입을 통해 정량화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효용이란 “선택 가능한 대상의 가치값”을 말한다. 주체의 효용을 뇌과학과 결합해 MRI 혹은 fMRI 등의 기계로 측정하게 되면 신경과학의 한 분야인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이 탄생하게 된다. 신경경제학이란 “서로 다른 행동들간의 비교우위를 정량화하여 인간의 경제활동 중에 내려지는 의사결정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신경경제학을 통해 지능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의사결정 능력은 인간에 한정된 능력이 아니다. 인간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며 심지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대상인 기계와 컴퓨터 프로그램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능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인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입장은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차이점을 불러오게 된다. 그 첫째가 생물의 진화 과정 속에서 지능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능의 주체를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끊임없이 복제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복제의 과정이 바로 생명현상의 본질인 것이다.” 저자는 지능을 생명체가 자기복제를 해나가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본다. 생물이 자기복제를 통해 다양화하고 복잡화하는 진화 과정에서 RNA에서 DNA를 거쳐 세포, 신경세포, 나아가 뇌에 이르기까지 복제의 주체인 유전자와 의사결정의 전담 도구로서의 뇌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만약 유전자가 뇌의 기능을 완벽하게 미리 결정해서 일일이 지시한다면 결국 뇌는 유전자에 새겨진 맹목적 ‘반사 행동’ 밖에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오히려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유전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도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담당할 수 있게 되는 유전자의 대리인으로 진화해 왔다(principal-agent-theory). 결국 지능의 본질은 학습인 것이다.

둘째로 비록 생명체는 아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도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지능의 연구 대상에 포함시켜 볼 수 있다. 앞에서 저자는 지능을 진화의 과정에서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만들어낸 도구로 보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소위 ‘특이점’이 오더라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 복제를 시작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본인으로, 인공지능을 대리인으로 하는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계가 자기복제를 하게 되면 인공생명으로 봐야 하며, 인공생명이 등장해야 비로소 인공지능이 지능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결국 자기복제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능에 관한 기존의 교육학적·심리학적 이론이 뇌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좁고 낡은 이론임을 확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아가 경제학, 신경과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의 통섭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떤 통찰이 가능한지를 담대하게 보여준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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