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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제여론 떠보기" 관측 속 김정은 시대 무력시위에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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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제여론 떠보기" 관측 속 김정은 시대 무력시위에 신경

입력
2015.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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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언급 주체 실무자급으로 낮아

시기·장소 없어 과거와 달리 추상적

대내용 매체 보도 안 해 '대외용'

"金 집권 4년차 정치적 이벤트 필요

군사적 개발 성과 보여주기 나설수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 실험을 하겠다며 잇따라 엄포를 놓고 있는 가운데 실제 행동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의 도발 예고가 과거와 달리 급이 낮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 여론을 떠 보기 위한 엄포용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일단은 우세하다. 하지만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정치적 이벤트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를 상수로 보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핵 실험의 경우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정세의 후폭풍을 따져 선택지가 갈릴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백두산 발전소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일자를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백두산 발전소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일자를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급 낮은 추상적 예고, 존재감 부각 엄포용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10월 10일을 한달 앞두고 내놓은 장거리 로켓 발사 및 핵실험 시사 언급을 “내용과 형식 모두 낮은 수준의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실제 도발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식부터가 권위 있는 기구의 담화나 성명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입장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번에는 원자력연구원장이나 국가우주개발국장의 직책을 가진 인물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통일부는 이들 단체에 대해 “정부기구 내 산하단체로, 답변자도 실무자급”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2,3호의 발사를 예고할 때 우주개발과 미사일 개발 등을 총괄 지휘하는 국가급 기관인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통보나 대변인 담화를 빌린 것과 대조적이다.

내용도 매우 추상적이다. 언제 어디서 구체적 일정을 명시했던 과거 패턴과 달리,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의지를 드러내는 데 그쳤다.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라고 밝혀 아직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이 친숙하게 접하는 대내용 매체들이 장거리 로켓이나 핵 실험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가 대외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국제사회 여론을 탐색하기 위한 일종의 ‘간 보기’ 행보로 큰 소리를 쳤다는 해석이다.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 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장거리 로켓은 발사, 핵 실험은 유동적

정부 당국의 신중한 판단과 달리 다수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일단 장거리 로켓은 발사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4년 차를 맞아 체제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볼 수 있다”며 “2012년 로켓과 핵실험 발사 이후 더 높은 수준의 진화된 군사적 개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사거리가 연장된 로켓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축포라는 얘기다.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등 협상 테이블에 나설 때를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로켓 발사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8ㆍ25 합의와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미사일 발사를 계획했고, 이를 여러 번에 걸쳐 암시했다. 언젠가 시작될 협상에서 의제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협상 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과거의 도발 패턴을 볼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핵 실험 도발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2009년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뒤, 한달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2012년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선 12월엔 광명성 3호를 쏘고, 그 다음해 2월 3차 핵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핵 불용 원칙을 견지하며 핵실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도박’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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