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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行 여행상품 판매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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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行 여행상품 판매 금지

입력
2017.03.0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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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여유국, 여행사 소집해 지침

개별적 티켓 구입한 방문만 가능

언론 “사드 기지 외과수술식 타격”

식당 “한국인 NO”…K팝차트 삭제

롯데면세점 홈피 사이버 공격도

2일 낮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
2일 낮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

중국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가 가시화할 경우 국내 여행업계는 물론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온 면세점과 제주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의 관련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일 베이징(北京)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무원 산하 관광정책 총괄기구인 국가여유국은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한국 단체관광 전면 금지를 구두지시했다. 국가여유국은 이 자리에서 사실상 온ㆍ오프라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 개별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여유국은 이 같은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여유국의 지침은 당장부터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에 판매된 여행상품은 오는 15일까지 소진하라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한국 방문 외에는 단체든 개인이든 여행상품을 이용한 한국 관광은 전면 금지한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도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저가 여행상품’ 퇴출을 명분으로 한국행 단체관광객 수를 20% 가량 줄인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도 한국과 롯데그룹을 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갔다. ‘자유무역 수호자’를 표방한 경제대국답지 않은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는 이미 기정사실이고 중국이 해를 입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 기지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주장하는 군 강경파 인사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롯데그룹을 겨냥한 중국 측의 보복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낮 한국어ㆍ중국어ㆍ영어 등 모든 언어의 홈페이지와 모바일 서비스가 3시간 넘게 마비돼 5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전날 중국롯데 홈페이지 해킹 공격과 마찬가지로 중국 네티즌들의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디도스 공격이 맞다고 확인했으며 공격 근원지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은 모든 해킹에 반대한다”며 중국 배후 가능성을 부인했다.

지난 1일 중국롯데의 유통계열사 일부 매장에선 예정에 없던 위생ㆍ소방점검이 전격적으로 실시됐고, 신용장 발급시 롯데나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다.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의 롯데마트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무전기 주파수가 불법이란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선 최근 현지업체가 수입한 롯데 계열사의 요구르트 맛 사탕이 금지된 첨가제를 함유했다는 이유로 600㎏ 전량이 소각됐고 아모레퍼시픽의 유명 화장품 3종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불허됐다.

빗나간 애국주의에 동조하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중국 제과업체인 웨이룽(衛龍)식품은 1일 장쑤(江蘇)성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서 자사 제품을 철수시켰고, 중국 최대 뷰티쇼핑몰인 쥐메이(聚美)도 창사 7주년 판촉행사에서 롯데 제품을 모두 제외했다. 베이징에선 ‘한국인 손님을 거부한다’는 문구를 내붙인 식당도 있었다.

한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왕이(網易)뮤직에선 한국 차트만 감쪽같이 삭제됐고, 동영상 사이트인 텅쉰(騰迅ㆍ텐센트)과 아이치이(愛奇藝)에 이어 PPTV에서도 최신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비자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중국 외교부가 엔터분야 업체들에 한국인 직원ㆍ연예인의 활동 중단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대국답지 않은 치졸하고 감정적인 보복 조치를 확대해가고 주중대사관을 포함해 우리 정부는 마냥 손 놓고 상황 파악만 하고 있다”면서 “한중 양국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애꿎은 우리 기업들과 교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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